서경배→서민정 경영승계 본격화

아모레퍼시픽그룹 서경배 회장과 장녀 서민정씨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이 2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해 아모레퍼시픽 지분 확보에 나선다.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서경배 회장이 장녀인 서민정 씨에 대한 경영승계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있다.

아모레G는 전날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 및 기타자금 조달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발행되는 주식은 709만2000주이며 증자방식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발행되는 우선주는 10년 뒤 1대 1의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1600억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을 취득하는 데 쓰고 400억원은 오설록 출자금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아모레G는 2000억원 규모의 아모레퍼시픽 지분 인수도 함께 공시했다. 취득 후 지분비율은 37.68%까지 늘어나며 취득예정일자는 2020년 12월 11일까지다.

증권업계에서는 아모레그룹이 RCPS를 통해 본격적인 경영승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재벌들이 경영승계 과정에서 전환사채(CB) 등 주식관련사채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경영승계 대상은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다. 서민정 씨는 최근 중국 유학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했고 현재 아모레퍼시픽 본사 뷰티 유닛의 영업전략팀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경배 회장은 지난 2006년 아모레G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민정 씨에게 아모레G2우B를 증여했고 2016년 12월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씨가 아모레G의 지분 2.93%를 보유하게 됐다. 2012년에는 서 씨에게 '이니스프리' 주식 4만4450주(18.18%), '에뛰드' 주식 18만1580주 (19.52%)를 증여한 바 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G가 아모레퍼시픽의 지분을 인수해도 최대 37.7%에 불과해 목표인 40%에 미치지 못한다"며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결국 목적은 경영 승계로 봐야 한다"며 "10년 후 보통주로 전환되는 것이 이번 RCPS 발행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 대비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당발행가액 2만8200원 대입 시 우선배당률은 2019년, 2020년, 2021년 이후 각각 1.4%, 1.3%, 1.1% 수준"이라며 "우선주로 추가 배당 수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지분승계 재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RCPS 발행을 결정한 것은 대주주가 아모레G 보통주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낮게 판단했을 수 있다"며 "현재 아모레G 주가는 지난 2015년 고점 대비 65%가량 하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신형우선주의 예정 발행가는 아모레G의 최근 주가와 연동돼 산정되기 때문에 주가가 크게 하락한 현 시점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부터 주식관련사채들이 경영승계 과정에 많이 사용됐다"며 "RCPS의 경우 삼성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전환사채(CB)가 문제가 되면서 RCPS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관련사채를 통한 경영승계가 주식이나 현물을 직접 증여하는 것보다 미래가치 효용이 더욱 높기 때문에 많이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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