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고 있는 사우디 석유시설 단지

사우디 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시설 2곳이 드론 공격을 받은 사태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장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상황은 아니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16일 한국석유공사와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이 사우디에서 수입한 원유는 전체 수입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31.1%가 사우디산이었고, 올들어 7월까지는 전체 수입량의 28.3%를 차지했다.

드론 공격을 받은 쿠라이스 유전은 전세계 원유 생산량의 1%를 차지하는 대형 유전이며, 아브카이크 시설은 아람코 보유 시설 중 가장 큰 시설로, 사우디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아람코는 이번 공격으로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50% 이상인 하루 570만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원유 수요의 5%에 해당한다.

때문에 국내 기름값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유사는 한 달 치 이상의 원유 비축분과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원유가 모자라거나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지만 생산 차질로 인한 유가 상승 가능성은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유가는 국내 유가에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수급 차질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미 수입처 다변화를 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들여오는 원유가 상당하지만 미국이나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카자흐스탄 등 중동 국가로 원유 공급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우디 정부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비축유를 방출해 계약 물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공급차질이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알려지지 않아 원유 시장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사태가 조기에 진정되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자칫 미국과 이란이 충돌 양상으로 가면서 갈등이 이어지면 원유 수급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국내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수일 안에 원유생산이 재개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당분간 공급부족에 따른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정제마진에 끼치는 영향 등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국내 정유 4개사 중 에쓰오일을 주목한다.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원유의 대부분을 사우디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현재 아람코로부터 공급받는 원유는 계획대로 들어올 것"이라며 "당장 큰 영향은 없다"고 언급했다.

다만 "원유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므로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도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며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SK이노베이션의 경우 사우디 도입비중은 올해 7월까지 12.8%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수급상 지장은 크게 없고 유가 상승이나 정제마진 등 변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사우디 원유시설 파괴에 따라 시장에서 공급량 감소와 가격 상승이 일정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유 업계뿐만이 아니라 원유를 원료로 하는 국내 석유화학사도 사우디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오름에 따라 석유화학의 주원료가 되는 나프타 가격이 상승할 수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의 원가부담도 커지게 된다.

국내 석유 화학사 관계자는 "사우디 석유시설의 생산 차질 정도와 복구 수준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영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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