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대법원이 2심을 유지해 집행유예가 확정되고, 이 부회장이 지난 3년간 이어온 '국정농단'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해 그룹 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했지만 예상을 빗나갔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대법원 선고 결과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대법원 선고를 계기로 과거의 관행과 잘못에 대해 선을 긋고 반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위기를 돌파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할 수 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법원 결정에 대해 삼성 내부에서 느끼는 위기감과 당혹스러움은 훨씬 더 심각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은 국정농단 수사 등에 따른 리더십 위기 등으로 3년여 시간 동안 미래 준비를 못했다"면서 "더 이상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절박감에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면서 '더 늦으면 안되니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직원들의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 등이 융합된 기업문화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위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오너의 비전과 경영진의 실행력, 임직원들의 도전정신이 필요로 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슨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경영진, 임직원들 모두가 위축돼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당분간 이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 이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부터 추스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위기일 수록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성장 모멘텀 확보, 신수종 사업 발굴, 시장·고객 점검 등 임직원들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평소때 처럼 차분히 나서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정에서 열린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징역2년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 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삼성이 제공한 뇌물액 규모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지원한 말 3마리에 대해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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