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개 기업 "주주 이익이 기업의 최고가치 아냐" 선언

【워싱턴=AP/뉴시스】4월10일(현지시간)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애플, 펩시, 월마트 JP모건, 체이스 등 약 200개 업체들이 주주들의 이익이 기업의 최고 가치는 아니라고 선언한데 대해 엇갈린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table)'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은 직원들에게 투자하고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회장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는 "우리는 1997년에 작성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의 원칙(주주이익 최우선)에 동의할 수가 없었다. 우리들의 직업을 공정하게 묘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다이먼 CEO는 올 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사회에서 연례 보고서를 개정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들의 이같은 변화는 대기업들이 소득 불평등, 유해한 제품 및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비판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경제적 유동성 및 기후변화에 관한 기업들의 역할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들 위원들은 또 아마존과 페이스북과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독점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낸시 코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그들(거대 기업)이 시대정신에 반응하는 것 같다"며 "기업들이 예전과 같은 경영 패턴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 같다. 기업들의 경영은 이제 열린 문제가 됐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포드 재단 회장이자 펩시 이사회 멤버인 대런 워커는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데올로기는 오늘날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야기했다"며 "시카고 학파는 투자자와 법률 이론 그리고 CEO의 사고 방식에 매몰돼 있다.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역시 NYT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기업에 기대하는 임계값이 크게 바뀌었다. 이는 주주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 이상이다"며 이번 성명에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관투자자협의회(CII)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의 성명에 대해 기업 CEO들이 주주들의 감독을 회피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주주들이 아니면 CEO들에게 책임을 물을 기제가 없다는 논리다.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도 이 성명이 투자자들에게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기업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보편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아니며, 일부 행동주의 투자자와 학자들은 기업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을 고려하도록 하는 것은 자원의 배분을 오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CEO가 아닌 주주가 사회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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