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법부는 기업범죄, 특히 재벌이 연루된 경제범죄에 대해 유독 관대하다. 이는 사법시스템 전체서 재벌 편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금속구에 비친 일그러진 법원 모습.

왜 법원은 재벌범죄에 관대한가
미흡한 형사법적 규율로 ‘대마불옥’
집유 확률 일반 경제사범 보다 10%나 높아

한국의 사법부는 기업범죄, 특히 재벌이 연루된 경제범죄에 대해 유독 관대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재판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2008년 4월,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을 ‘특가법’상의 조세포탈과 ‘특경가법’상의 배임,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한 번의 파기 환송을 포함하여 총 4번의 재판을 거친 뒤 2009년 8월 법원은 최종적으로 이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해 크리스마스, 이명박 대통령은 이건희 회장을 단독 사면했다. 형 확정에서 사면까지 걸린 시간은 139일이었다. 3개월 뒤인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은 그룹 총수로 복귀했다. 이를 두고 한 외신은 “전 엔론(Enron) CEO인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이 한국인이었다면 우리는 그가 이미 CEO로 복귀해 회사의 주요 결정을 내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놀라운 시각을 감추지 않았다.

최한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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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동기 및 의미
총수에게 관대한 양형 최초 분석한 연구
법원이 재벌 편향적 판결 내리는 사실 밝혀내

왜 한국의 법원은 재벌범죄에 대해 이처럼 관대한 것일까. 본 연구에서는 이를 다음의 세 가지 질문으로 바꾸어 던져보았다. 
첫째, 기업범죄에서 재벌 피고인과 비재벌 피고인 사이의 양형 격차가 존재하는가?
둘째, 이러한 양형 격차가 있다면 그 격차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이것은 법원의 재벌 편향의 산물인가 아니면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 요인, 그중에서도 재벌과 비재벌 피고인들이 선임한 변호인 간의 능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가?
일반적으로 부유한 피고인들은 수사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능력 있는 변호사들을 선임하여 수사와 재판에 대비하는데, 사법부의 편향성을 논의하기에 앞서 이러한 요인이 형량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만약 법원의 재벌 편향이 존재한다면 법원으로 하여금 이러한 편향된 태도를 갖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 다음의 두 가설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가설은 재벌 편향성은 재벌이라는 거대한 기업집단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가설이다. 
본 논문에서는 이를 ‘규모가설’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또 다른 가설은 기소가 된 범죄의 주된 동기가 지배주주 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것이지만 이것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형식을 띠는 한 법원이 이러한 범죄를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보고 그 비난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여 이러한 판단이 양형에 있어 집행유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선행 연구들은 대륙법계의 사법부는 자기거래를 소수주주나 투자자가 아닌 그룹 전체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함으로써 보통법계 사법부보다 외부 투자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법원이 계속 온정적일 지 의견 제시
이러한 선행연구에 근거해 앞서 언급한 가설을 ‘대륙법 가설’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본 연구에 서는 이 두 가설들이 데이터를 통해 지지될 수 있는 지를 검토할 것이다.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사법시스템의 강한 재벌 편향성의 확인이다.
총수 일가나 전문경영인을 가리지 않고 범죄자가 재벌 계열사와 관련 있을 경우, 유죄 선고 시(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일반 경제범죄자보다 10%p 올라간다. 
이러한 결과는 아주 강건해서 사건과 범죄자의 특성, 그리고 변호사의 능력과 검찰의 기소 편향의 요인들을 통제한 뒤에도 거의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본 연구는 규모 가설과 대륙법 가설 모두 데이터에 의해 지지된다는 점을 보였다. 
이런 맥락에서 본 연구가 주목한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은 재벌(총수)에 대한 실형 판결이 가져올 경제 전반의 리스크에 대한 우려와 지배주주의 자기거래에 대한 미흡한 형사법적 규율의 산물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결론에서는 앞으로도 법원이 재벌범죄에 대해 현재와 같이 온정적 태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다. 
법과 금융 연구자들은 지난 20년 동안 해당 국가의 사법체계가 어떤 법적 전통에 속해 있는지 여부가 기업들의 소유구조와 자본시장의 발전 정도를 결정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여러 요인 중 특히 자기거래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가 영미법계와 대륙법계에 따라 아주 상이하며 대륙법계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법계는 자기거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몇몇 연구들은 재벌과 같은 형태의 기업집단이 주된 기업조직 형태로 존재할 경우, 내부거래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회사와 소수주주를 착취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을 보였다.
단 이러한 연구들은 데이터의 제약상 몇몇 사례를 분석하거나 가상적인 자기거래사례를 상정하고 대륙법과 보통법 체계하에서 이러한 거래가 사전적과 사후적으로 각각 어떻게 규율되는지를 살펴보는 데 그쳤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민사법(주로 회사법이나 증권거래법)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
본 연구는 사법부가 판결을 내린 실제 사례를 중심에 놓고 분석할 뿐 아니라 기존에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온 형사법의 문제를 검토했다는 점에서 선행 연구와 차별된다. 
본 연구는 기업집단과 관련된 기업인 범죄자가 일반 범죄자에 비해 양형에 있어 관대하게 다루어지는 것을 보인 최초의 연구이다. 
이를 통해 본 연구는 기존의 법과 금융 문헌에서 제기되었으나 풀리지 않았던 퍼즐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선행 연구들은 형사·행정법적 제재의 강도와 자본시장의 발전과는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들을 내어놓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주주의 권리를 지키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명목상의 법률 규정이 아니라 실제로 법원이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논문을 위해 필자는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252명의 기업인 범죄자에 대한 피고인별 자료를 구축하였다.
본고의 분석대상이 된 기업인 범죄는 지배주주와 기업 임원들에 의한 경제범죄 중 피해액이 5억원을 넘는 것으로 실정법상으로는 대부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이하 특경가법) 상의 횡령‧배임 및 사기 사건에 해당한다. 
단 이득액이 5억원 미만으로 형법상의 횡령‧배임죄가 적용되는 경우에도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처럼 기소가된 거래 대상 주식이 비상장인 관계로 이득액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 경우에는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검사가 특경가법상의 횡령‧배임죄로 기소하였으나 법원에서 형법상의 횡령‧배임죄가 인정된 경우 역시 분석 대상에 포함시켰다.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이 최고경영자(CEO)나 이사처럼 기업의 고위에 있는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판결 태도를 분석하는 것이니만큼 임원이 아닌 부장급의 중간 간부들은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데이터셋을 구축한 결과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법원(1심과 항소심 법원만 포함, 대법원 판결 제외)에서 심리한 삼성, 현대차, SK, 대우 등 재벌들의 경제범죄는 거의 모두 분석대상에 포함되었다. 
비재벌 사건의 경우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사건들을 중심으로 선별하였다.
데이터셋에 포함된 범죄들을 피고인이 그 범죄를 행한 시점을 기준으로 나누어보면 1993년부터 2006년까지 23년 동안 발생한 사건임을 알 수 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특경가법상 업무상 배임‧횡령죄가 대부분이고 나머지 사건들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의한 법률과 특경가법상 사기죄가 경합된 것(분식회계 후 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대출 사기가 그 전형적인 예)이다.
이러한 범죄유형들은 광의의 자기거래라 할 수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지배주주나 임원이 회사의 자산을 자기에게 이전함으로써 부를 축적한 것(주로 횡령)에 해당한다. 
두 번째 유형은 재벌총수가 거래의 상대방으로 계열사와 부당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경우(협의의 자기거래), 마지막 유형으로 한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그룹 전체의 지배권이 유지되어 총수 일가가 이득을 보는 경우(계열사 간 내부 거래)로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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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대상 및 방법
재벌·비재벌 피고인 252명 대상 조사
사법부 편향성․변호인단 능력이 양형에 영향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종속변수는 유죄판결시 법원이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는가 여부이다.
즉 본 연구에서는 무죄판결은 애초 분석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대해 혹자는 양형이 아니라 유․무죄 여부가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을 포착하기에 더 좋지 않은가라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다음의 세 가지 이유로 유․무죄 판결보다 유죄선고시 법원에 의한 집행유예․실형 결정을 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에 보다 부합한다고 판단된다.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 특히 미국과 달리 형사재판에서의 무죄율이 대단히 낮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범죄자가 복수의 범죄 혐의로 기소되는 현실하에서 일부 무죄가 아닌 전부 무죄의 경우는 대단히 이례적인 경우에 속한다. 
둘째, 한국에서 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은 여러가지 엄격한 조건이 붙고 그 이행 여부에 따라 형집행의 유예가 취소될 수 있는 미국식의 보호관찰과 달리 피고인에게 특별한 행동의 제약이 부가되지 않으며 따라서 그 취소율도 매우 낮다. 
아울러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하여 다시 CEO로 복귀한 여러 사례들이 말해주듯 집행유예 판결은 전직 CEO가 기업으로 돌아가는 데 특별한 장애사유로 작용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목적이 법원의 판결에 내재된 재벌 편향성을 감지하는 것이라면 유·무죄판결보다는 양형의 선택을 보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즉 사법부 내에 재벌에 대한 우호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이것이 판결에 반영된다고 하자. 
그러나 이것만으로 판사가 유죄인 피고인을 무죄로 석방시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유·무죄 여부는 검사에 의해 치열하게 다투어지는 사안이다. 
따라서 충분한 법률적 근거가 없이 사법부의 편향성에 의해 주도된 무죄판결은 그만큼 상급심에서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양형의 경우는 다르다. 
전통적으로 형량은 100% 판사의 재량이라는 시각이 팽배하였고 검찰의 입장에서도 양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유·무죄만큼 치열하게 다투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의 재벌 편향이 판결에 드러난다면 이는 유무죄 판단보다는 양형에 반영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 연구는 집행유예 판결에 집중될 것이다. 
분석대상 피고인의 총 숫자는 252명이다. 
이 중 1심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는 143명이고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은 총 109명이다.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의 경우 항소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경우 각기 다른 피고인으로 간주하였다.
선고 연도별 자료를 보면 판결이 비교적 연도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2003~2005년에 판결이 몰려 있는 것은 공적자금비리 합동 단속반이 IMF 외환위기 직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경영진들에 대한 수사의 결과물이다. 
전체 피고인 중 재벌과 관련된 피고인은 56%, 비재벌 피고인은 44%이다. 재벌 총수 및 그 일가는 약 23%, 재벌계열사 전문경영인은 약 32%이다.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 중 25%만이 유죄선고시 실형을, 나머지는 모두 집행유예형을 받았다. 
재벌 피고인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약 20%이고 비재벌 피고인 중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약 32%이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를 바로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의 증거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이 차이가 두 피고인 집단을 대리하는 변호인의 능력 차이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벌과 비재벌 피고인 간에는 상당한 수준의 변호사의 능력의 차이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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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결과
사법시스템 전체서 강한 재벌 편향성 발견
재벌, 비재벌 보다 구속될 가능성 27% 낮아

본 연구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형사사법시스템 전체에서 강한 재벌 편향성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구속 결정 여부(수사 및 재판단계)에서 양형(선고 및 형량 확정단계) 전반에 재벌 피고인이 일반 피고인에 비해 관대한 처우를 받고 있었다.
즉, 범죄자가 총수 일가나 전문경영인을 가리지 않고 재벌 계열사의 집행유예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른 모든 조건을 통제하고 난 뒤에도 재벌 피고인의 경우 비재벌 피고인보다 실형 선고 가능성은 약 10%p, 구속 기소될 가능성은 약 27%p 정도 낮았다. 
실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재벌 피고인이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평균적으로 19개월 정도 덜 복역하였다.
또한 이러한 결과는 구속과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인자들(예컨대 피고인이 지배주주인지, 전문경영인지 여부, 범죄피해액의 크기, 피고인이 피해액을 변제했는지 여부)을 통제한 뒤에도 여전히 유지된다는 점이다. 
재벌범죄에 있어 지배주주 일가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집행유예나 구속 기소 가능성이 높다거나 형량이 올라가는 현상은 찾지 못했다. 
즉 재벌의 경우 총수 일가나 전문경영인을 가릴 것 없이 관대하게 처벌받고 있는 경향이 발견된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배주주 일가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중하게 처벌받는 현상은 비재벌 피고인 그룹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도 주의를 요한다. 실제 비재벌 기업의 범죄에 있어 지배주주 일가가 중하게 처벌받는다는 것은 다분히 상대적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지배주주 일가가 전문경영인에 비해 더 중하게 처벌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이 너무나 관대하게 처벌받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실제 본 연구의 샘플 안에서 비재벌 기업 전문경영인의 경우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변호사 간 능력 차이 고려
강건성 분석의 일환으로 본 절에서는 변호사의 능력과 관련된 변수를 넣고 회귀식을 돌려보았다.
전반적으로 앞 절에서 제시된 결론들이 대부분 유지됨을 알 수 있다.
각각의 집단을 대리하는 변호인 간에 이들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의 질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것이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나 이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재벌 피고인들이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관대한 사법처리를 받는다는 결론에는 큰 변화가 없다. 
이는 법원의 재벌에 대한 경미한 처벌은 재벌 피고인이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능력 있는 변호사를 선임했다는 것만으로는 전부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소 편향의 문제
혹자는 본 연구에서 관찰된 결과가 검찰의 기소 단계의 편향성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기소 시스템이 검찰에 의한 기소 독점주의와 편의주의라는 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검찰의 기소 편향 문제와 관련하여 두 가지 상반된 논리가 가능하다. 
첫 번째 주장은 검찰이 일반 경제범죄와 비교하여 재벌이 연루된 사건의 경우 좀 더 적극적으로 기소하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만약 일반 사건이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사건이 재벌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무리하게 기소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리한 기소에 대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검찰의 실정법을 존중하면서 동시에 기소 독점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는 검찰이 재벌 사건을 여간해서는 법정으로 끌고 가려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는데 재벌사건의 경우 일반사건에 비해 유죄판결을 이끌어내는 데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재벌 총수 일가들의 형사재판에는 전관변호사와 유수의 로펌소속 변호사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이로 인해 검찰로서는 유죄 입증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되고 따라서 일반 사건에 비해 엄격한 잣대를 갖고 기소할 사건의 유죄 가능성을 따진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는 재벌 수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재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그것이 길어질수록 수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발생하기 때문에 많은 사안들이 정식재판으로 가지 않고 검찰단계에서 불기소 처분으로 종료된다는 것이다.
만약 첫 번째 주장이 설득력 있다면 법원이 재벌관련 피고인에게 관대한 양형을 선고하는 것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 때문이지 법원의 탓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한국의 현실을 고려했을때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기소를 담당하는 주 검찰청 총장이 선거를 통해 선출되기 때문에 검사들이 거악과 싸운다는 대중적 이미지를 획득하는 것이 이후의 본인들의 경력관리에 있어 그다지 불리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 검찰의 경우 현재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고 재벌이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 정치적 연줄 등으로 인해 수사와 기소로 가는 길에 여러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 에버랜드 사건이다. 이 사건의 경우 언론과 시민단체에 의해 수사의 필요성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음에도 검찰은 오랜 기간동안 사건을 묵히고 있다가 결국 내부고발이 있은 뒤에야 마지못해 수사를 시작하였고 결국 기존 검찰조직이 아닌 특별검사에 의해 수사가 마무리되었다.
한마디로 한국과 미국의 검사는 선출 방식도 다르고 당연히 인센티브 구조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이 기소하는 재벌 사건들은 사회적으로 해악이 크고 법리적으로 유죄 가능성이 아주 명백한 사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바꾸어 말하면 만약 재벌 사건에 있어 검찰의 기소 편의가 존재한다면 이는 본 연구에서 나타난 법원의 재벌 편의가 실제보다 과소하게 추정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즉 재벌 사건의 경우 일반 기업범죄에 비해 위법성의 정도가 상당히 심각한 사건만이 기소되었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양형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건들이 비재벌 기업범죄에 비해 현저하게 가볍게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법원의 재벌 편향성의 정도가 실제 편향성의 최저치임을 추론하게 해준다.
이러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에서 관찰되는 재벌과 비재벌 피고인 간의 양형 격차가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불평등한 행사의 결과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의 데이터셋의 재벌 사건들 중에 애초 위법성이 그다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여론에 떠밀리거나 어떤 정치적 목적에 의해 주도된 사례들이 없는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가장 잘 들어맞는 경우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에 의해 기소된 사례들이다. IMF 외환위기 직후 언론을 통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인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었다. 
따라서 정부는 감사원, 검찰, 국세청, 금감원과의 합동단속반을 구성하여 공적자금이 투입되거나 투입을 유발한 부실기업주, 부실금융기관 임직원의 비리혐의를 수사하고 이들을 기소하는데 주력했다.
이렇게 기소된 기업인들 중에는 금융기관을 기망하여 자금을 은닉한 악의적인 경우도 있으나 IMF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본의 아니게 기업의 부도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묻게 되어 기소당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렇게 기소된 사례들을 더미변수를 통해 포착하고 이를 기본적인 회귀방정식에 포함시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가 여전히 법원이 재벌을 관대하게 처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미 설명한 것처럼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에 의해 기소된 사건들은 그렇지 않은 사건에 비해 법원에 의해 관대하게 처벌받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벌이 비재벌에 비해 약하게 처벌 받는 효과는 남아있다.
이러한 결과는 재벌 편향성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에 대한 법원의 양형 조정만으로 전부 다 설명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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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재벌 편향성의 이유는?
10대 재벌이 집행유예 확률 높아
실형 판결로 인한 경제사회적 파장 우려

본 연구에서 먼저 검토하려는 것은 ‘규모 가설’이다. 규모 가설에 따르면 우리가 목도한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사법부적 변용, 즉 대마불옥(大馬不獄)이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재벌을 10대 재벌과 10대 이하 재벌로 나누어 각각의 효과를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재벌효과는 10대 재벌일수록 다른 재벌에 비해 더 크게 나타났다. 같은 재벌 피고인일지라도 피고인이 10대 재벌에 속해 있을 경우 비재벌 범죄자에 비해 집행유예를 받을 확률이 11.1%p 올라가는 반면, 10대 이하 재벌일 경우 8.6%p만 올라간다.
이러한 결과는 10대 재벌이 국민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10대 이하 재벌과 비교하여 훨씬 크고 이에 비례하여 이들에 대한 실형 판결이 불러올 경제 사회적 파장 역시 훨씬 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골드만삭스나 다른 월가의 거대 금융기관에 대해 어떠한 형사적 책임도 묻지 않았다. 
이들의 논리도 유사했다. 에릭 홀더(Eric Holders) 법무부장관의 의회 청문회 발언이 그 예이다. 
이러한 논리는 한국의 재벌들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먼저, 재벌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법원으로서는 재벌 범죄자들에 대한 실형판결이 경제에 줄 부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월가 금융기관과 재벌그룹 간의 구조적 유사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뱅크런(bankrun)에 직면한 금융기관과 복잡한 순환 출자로 유지되는 재벌 구조는 그 부분의 위기가 다른 분야로 빠르게 번져나갈 수 있고 결국 경제 전반의 위험으로 번지는 전염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측면에서 서로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금융감독기구나 법원 모두 평상시가 아닌 위기 상황에서 판단에 부담감을 안고 있었다.
1997년 당시 한국이 직면한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 월가의 금융위기라는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금융 감독당국이나 사법부 모두 자신의 결정이 미칠 파장을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마불옥’의 문제는 거대한 규모의 기업을 가진 경제 어디에서나 직면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은 이것만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가설이 앞서 설명한 ‘대륙법 가설’이다. 한국의 사법부는 다른 형태의 자기거래와 다르게 재벌 그룹을 살리기 위한 명분으로 진행되는 ‘내부거래’에 대해 그룹 전체의 이익 측면에서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위법성을 다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을 보인다. 
대표적인 예로서, 2004년 고합의 장치혁 회장 항소심 판결의 감형사유를 보자. 법원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대출받은 사건에 대해 판단하면서 “편취한 금원과 이익 거의 모두 회사의 기존부채 변제나 기업운영을 위해 쓰여 졌고, 피고인의 개인용도로 사용하거나 은닉되지 않았다”는 피고인의 항변을 받아들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과연 이것이 일부 문제인지 아니면 재벌과 관련된 사건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인지를 체계적으로 보기 위해 우리는 법원 판결문의 양형 사유를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내부거래 항변을 법원이 받아들여 이를 명시적으로 감형사유로 인정한 것을 내부거래 변수로 만들어 기존의 회귀방정식에 넣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두 가지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일단 내부거래 자체는 재벌 피고인의 실형 가능성을 일반 피고인에 비해 약 10%p 정도 낮춘다. 더 나아가 내부거래 변수는 재벌 효과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발생시킨다. 
실제 내부거래 변수를 넣었을 때 이를 포함시키지 않았을 때의 결과와 비교하여 재벌 피고인의 경우 실형 가능성이 10.2%에서 8.4%로 줄어든다. 
그런데 한국 법원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에 대한 온정적 태도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유사한 법적 전통을 갖고 있는 대륙법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 분야의 가장 대표적인 연구에서 이러한 경향은 여러 가지 예를 통해 이미 지적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한국 사법부의 재벌 편향성은 재벌의 크기에 대한 법원의 우려와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한 소극적 규율의 결과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본 연구를 통해 필자는 ‘대마불옥(大馬不獄)은 존재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하였다.
본 연구에서 재벌 피고인은 비재벌 피고인에 비해 법원으로부터 관대한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경향은 재벌의 규모가 클수록 보다 강해 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아울러 본 연구를 통해 필자는 법원의 재벌 편의는 한국사회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경제적 비중에 대한 사법적 고려의 산물이자 법원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위해 진행되는 내부거래에 대한 형사법적 규율의 실패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는 것을 보였다.
그렇다면 법원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재벌범죄에 대한 소극적 태도를 지속할 것인가? 이는 답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질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몇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실제 본 연구의 분석대상기간 이후인 2008년 이후 재벌범죄에 대한 법원의 태도는 일관되지 않아 보인다. 예를 들어 재계 3위 최태원 SK 회장의 경우 실형이 확정되어 감옥에서 복역하였다. 이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반면에 김승연 한화 회장의 경우는 1·2심에서의 실형 선고 후 파기 환송심에서 결국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는 사법부가 과거의 판결 관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원의 재벌 피고인에 대한 미온적 태도는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비상상황에서의 시스템 리스크를 고려한 사법적 자제라는 고려가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외환위기가 종료하고 일상적인 상황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이와 같은 고려가 작용할 여지는 크게 줄어든다. SK나 태광의 사례에서 보여진 법원의 태도는 이러한 상황 인식의 변화의 자연스러운 귀결인 셈이다. 
그러나 범죄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행태로 발생하는 경우, 여전히 한국의 법원은 소수 주주와 외부 투자자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그룹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여 위법성의 정도를 판단하는 관행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화 사건에서 법원이 내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과거의 관행을 따른 이유라고 판단된다.
이러한 해석이 타당하다면 재벌에 대한 법원의 경미한 처벌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여부는 상당 부분 법원이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소수 주주의 보호와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규율의 책임을 어느 정도까지 인식하고 실현하려는가에 달려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에서 얘기되는 ‘Too Big to Jail’의 문제와 본 연구에서 다룬 현상은 일견 유사 해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미국에서의 ‘Too Big to Jail’의 문제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금융위기라는 이례적인 사례에서 행해진 일종의 사법적 자제인 동시에 이는 본질적으로 검찰의 문제였다. 
만약 검찰이 이 사건을 기소하여 법원이 최종 사법적 판결을 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했을지 예측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과거 Enron이나 Worldcom 사례에서 보듯 한국 법원보다는 좀 더 강경한 태도를 보였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가 밝혀낸 한국 법원의 ‘대마불옥’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법원의 문제이고 더 나아가 법원의 재벌 내부거래에 대한 소극적 태도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미국의 사례와 다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범죄 중에서도 조세포탈과 같은 세법 범죄에 대해서 유사한 판결 성향이 나타나는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데이터셋을 확장하여 2008년 양형기준 제정 이후 과연 법원이 기업범죄의 양형에 대해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도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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