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 규제 해결 방안 모색 차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 2019.07.07.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관련해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대형 은행과 반도체 업체와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0일로 예정된 청와대 3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일본 출장이 급박하게 이뤄진만큼 현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청와대의 양해를 구하고 일본 현지 상황 파악과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본의 대표적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은 이 부회장과의 만날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사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 부회장의 노력에도 해법이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이에 이번 출장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9일 일본 아사히뉴스네트워크(ANN) 방송은 "일본을 방문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일본의 대형 은행과 반도체 업체와 협의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NN 방송은 이번 방문 중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 다루는 회사와는 접촉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업체들에 대한 정보가 있는 금융권 고위 인사 등을 만나 사태 해법을 논의하고 조언을 들을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가 발표되자, 지난 7일 일본으로 긴급하게 출장길에 올랐다.

당초 이 부회장이 청와대 3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9일 귀국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으나, 사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출장 일정을 더 늘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머무르며 투자 설명 및 금융권 관계자들 면담 일정을 소화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도 10일 청와대 행사에 불참한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스마트폰 및 TV 액정화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인 레지스트, 그리고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종래 일본 기업이 이들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경우 절차는 간략했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수출 계약 건당 허가·심사가 필요한 구조로 전환됐다. 신청 후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에 90일 정도가 소요될 전망으로 원활한 수출이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본 정부의 발표 직후 구매 담당 임직원을 일본, 대만 등에 파견해 물량 확보에 나섰지만 일주일 분량 확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 중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재계 인사들과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출 규제 관련 기업에게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구보타 마사카즈(久保田政一) 게이단렌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 부회장과의 만남에 대해 "현재로서 만날 예정은 없다"고 답했다. 이번 출장 중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과 이 부회장의 만남이 예상됐다.

이 부회장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일본 재계는 만남도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둘 때까지 출장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는 전적으로 양국 정부에서 풀어가야 하는 사안이다. 이 부회장의 노력에도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 역시 피해가 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을 통해 일정 부분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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