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소통 의미 있나" "일은 언제 하라는 건가"

악수하는 홍남기 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정책 투톱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국내 5대 그룹 총수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에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미 일본의 경제적 보복조치에 따른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불보듯 뻔해진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문제는 양국 정부가 외교 역량을 발휘해 풀어야 할 문제인데, 기업인들과의 만남은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르면 이날부터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에서는 최근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로 부상한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다양한 경제 현안을 놓고 기업의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이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반도체 부문장) 등 5대 그룹 경영진과 협의하며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청와대가 5대 그룹 총수들과 직접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일본의 '강공 모드'가 본격화됐다고 판단하고 우리도 장기적인 시야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움직임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제계는 이미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이번 회동이 그리 달갑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주요 그룹 관계자는 "이미 수출 규제 우려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뒤늦은 소통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태 악화를 대비한 대응책 준비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일은 언제 하란 것인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는 "이번 문제는 한일 정치권에서 풀어야 할 문제인데, 기업들과 연계 지으면서 정치적인 '보여주기식'으로 처리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이런 흐름은 기업의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 재계 관계자는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머리를 맞대는 것은 다행"이라고 평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김 정책실장이 각 기업의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들과 실무적인 차원의 공동 대응을 논의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오는 10일 총수들이 대통령과 만나기 전에, 김 정책실장과 각 기업의 전문경영인들이 만나 수출 규제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을 실무적인 차원에서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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