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본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에게 일본 최대 IT 투자 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공유해 줄 것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젊은 벤처창업가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인공지능(AI) 전문인력 양성과 한국 벤처의 세계시장 진출 지원을 요청했고, 손 회장은 그 자리에서 흔쾌히 약속했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0분 동안 청와대 본관에서 가진 접견에서 벤처·AI 등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 관련 신산업 분야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고민정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의 접견 시간은 당초 40분 예정했던 것에서 두 배 가량 늘어난 90분 동안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먼저 이 자리에서 2012년 소프트뱅크 본사를 방문, 손 회장의 아시아슈퍼그리드 구상을 듣고 큰 영감을 받았던 것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나타냈다고 고 대변인은 밝혔다.

그러면서 "동북아슈퍼그리드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며 동북아철도 공동체가 동북아에너지공동체로, 그리고 동북아경제공동체로, 다자안보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기 위해 한국이 집중할 분야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며 교육·정책·투자·예산 등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 육성을 제안했다.

또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면서 "따라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고 AI 분야의 유니콘 기업을 위한 투자를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투자된 기업은 매출 늘고, 이는 일자리 창출을 가져오며, 글로벌 기업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 회장의 조언을 들은 문 대통령은 3가지를 당부했다. 국내 혁신벤처창업가를 위해 투자해 줄 것과, 한국 기업의 세계시장 진출 과정에서의 도움, AI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어 스스로 투자가 가능하지만 혁신벤처창업가들은 자금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특히 젊은 창업가들에게 투자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며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외에도 AI 전문인력 양성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3가지 제안에 대해 손 회장은 흔쾌히 "I will(그렇게 하겠다)"이라고 대답했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AI 분야에서 늦게 출발했을 수 있지만 강점도 많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뤘고, 이미 만들어진 개념을 사업화시키는 데에는 단연 앞서 간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한국이 인공지능 후발국이나 한발 한발 따라잡는 전략보다는 한 번에 따라잡는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한국의 인공지능에 투자하도록 돕겠다"며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 투자해라. 이것이 한국이 인공지능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계 일본인인 손 회장은 과감한 투자 결정과 위험을 무릅쓴 공격적인 투자로 '리스크 테이커(모험가)'라는 별명을 가졌다.

손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는 차량공유 기업 우버의 최대 투자자이고, 동남아시아 최대 차량공유 기업인 그랩, 영국 반도체 기업 ARM 등 전 세계 혁신기업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한편 고 대변인은 이날 접견에서 관심을 끌었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보복성 수출 규제 조치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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