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살만 조선소 안에 선박엔진공장 건설 계약 체결

26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만나며 '중동 특수'가 일어날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양해각서 서명식에 함께 참석한 후 공식 오찬을 주최했다

공식 오찬에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LG그룹 구광모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정 부사장이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고령인 부친을 대신해 사실상 사우디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는 '실세'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차기 왕위계승자이자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맡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이끌고 있어 한국 기업의 관심이 높다.

정 부사장과의 만남은 빈 살만 왕세자측의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만남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을 중점 논의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아람코와 합작 조선소를 설립하고 엔진과 플랜트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사업을 진행 중이다.

총 5조원이 투자되는 조선소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킹살만 조선산업단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소 지분은 약 10%다. 선박·육상용 엔진 사업은 총 4억2000만달러(약 4860억원)를 투자해 연산 200여대 규모의 엔진공장을 사우디에 세울 계획이다.

정 부사장은 2016년 아람코와 합작 조선소 설립을 주도한 인연이 있지만 두 사람이 직접 만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조선업 발전에 기여한 대가로 일감을 수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번 순방에서는 조선업과 관련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신뢰관계를 쌓은 만큼 향후 수주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많다.

대표적인 일감으로는 아람코가 발주한 마르잔 유전개발 프로젝트가 꼽힌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뤄지는 2개 해양 패키지 사업으로 공사비가 60억~70억달러에 달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지난해 말 입찰 신청을 완료했으며 아람코는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비롯해 3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입찰 결과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해운사인 바흐리(Bahri)발 선박도 현대중공업이 눈여겨 보는 일감이다. 바흐리는 아람코와 20척에 달하는 용선계약을 바탕으로 초대형 유조선 및 중형 탱커 발주를 계획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형조선소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바흐리가 발주한 초대형 유조선 및 중형 탱커 최대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어 수주가 유력하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한에서 사우디가 현대중공업에 선물보따리를 안겨주지는 않았지만 협력관계를 재확인했다"며 "다른 회사보다 수주 가능성이 큰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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