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한 배터리 기술유출 소송과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조사가 이달 중 시작된다.

23일 업계 등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에 대해 ITC가 이르면 다음주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로 제소했다.ITC에는 SK이노베이션이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리튬이온배터리 등 일부 부품의 수입금지명령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ITC가 사건을 접수해 조사를 시작하면 두 회사는 미국법이 정한 '증거 개시 절차'에 따라 상대방이 요구하는 증거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이번 기술소송이 진행되려면 먼저 정부 승인을 거쳐야 한다.

전기차용 배터리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로 이를 해외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조만간 미국 소송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전문위원회를 열어 검토한 후 수출 여부를 승인하게 된다.

만약 두 회사가 정부 차원의 제재를 받아 증거자료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면 재판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

일각에서는 소송 과정에서 국가 핵심기술인 배터리 생산 기술이 유출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소송과 달리 미국 소송은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어서, 원고와 피고 모두 소송 관련한 방대한 문서와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과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LG화학 측은 강력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ITC의 증거개시절차 과정에서 영업비밀 관련 자료의 경우 법원의 강력한 비밀보호명령을 통해 상대방 당사자나 제3자에게는 열람·공개가 금지되며, 해당법원과 소송 대리인(접근 인원, 로그 기록 관리) 등 법에 의해 허가된 자에게 소송목적에 한해서만 열람이 한정되는 보호조치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또 법원의 '비밀보호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위반 내용에 따라 중범죄에 해당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으며, 영업비밀 보호법 위반에 의한 별도 처벌까지도 가능하다.

LG화학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 자료를 모두 '영업비밀정보'로 제출할 계획으로 법원의 강력한 '비밀보호명령'에 의해 관리돼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전혀 없다"며 "한국 기업을 포함해 전 세계 유수기업들이 미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이며 증거자료나 주요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 사례가 없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ITC가 이달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는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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