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69) 희성그룹 회장 등 LG그룹 총수 일가가 정식재판에 회부된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 측이 '통정거래'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통정거래는 매수할 사람과 매도할 사람이 사전에 가격과 매매시간을 정해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것으로 증권거래법상 금지돼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15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구본능 회장 등 LG 대주주 14명과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김모씨 등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구본능 회장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서류증거조사에서 재무관리팀이 LG그룹 일가의 주식거래 비밀번호, 인감 등을 일괄 관리하며 매매할 때 사전에 구자경 명예회장과 구본무 회장에게 보고했던 점을 들며 이들이 '통정거래'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신문조서에 따르면 LG그룹 대주주 지분을 관리하며 양도소득세를 포탈한 혐의를 받는 재무관리팀장 김씨는 "특이사항이 발생하면 구자경 명예회장님께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보고를 드렸던 걸로 기억한다"며 "또 구본무 회장님께 구장경 명예회장님께 보고드렸다는 정도로 참조하라고 같이 보고한 적도 있다"고 진술했다.

또 "사주일가의 주식거래 비밀번호, 인감 등은 제가 처음 근무했을 때부터 재무관리팀에서 사주일가의 동의를 얻어 일괄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김씨는 'LG 사주일가가 LG와 LG상사의 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어떤 사유로 매도했고 구자경 회장에게 확인을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 "지주사 주식은 경영권이 포함된 매우 중요한 주식이기 때문에 구자경 회장님은 지분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했다"며 "따라서 사주일가 집안 어른들이 자금이 필요할 때는 구자경 회장에게 재가를 받고 제게 매도를 요청했다. 또 구자경 회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제게 매도를 요청한 경우엔 제가 구자경 회장님께 확인을 받아 사주일가의 주식매도를 지시했다"고 대답했다.

반면 변호인은 통정거래로 볼 수 없다며 반박했다. 변호인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통정거래에 해당되려면 대체로 거래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장증권, 상장주식을 해야하고 같은 시간과 가격이란 요건이 있어야 한다"며 "구성요건이 해당하지 않으면 금지되는 통정거래가 아닌데 검찰은 계속 통정거래라고 전제하고 말을 하고 있다"고 맞섰다.

변호인은 통정거래로 오해 받을까봐 염려했다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신고대량매매를 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굳이 장내 매매를 한 이유에 대해 또 다른 재무관리팀장 하모씨가 검찰 조사 당시 "관행적으로 해왔던 거래고 불공정 거래로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앞서 국세청은 계열사 주식을 양도하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구본능 회장 등 LG 총수 일가 일부를 지난 4월 검찰에 고발했다. 구본능 회장 등은 직접 행위 당사자는 아니지만 관리 책임에 대해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양벌규정에 따라 국세청 고발인 명단에 포함됐다.

검찰은 국세청 고발 내용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156억원대 탈루 혐의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9월 구본능 회장 등 LG 대주주 14명을 조세범처벌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같은해 12월 구 회장 등 사건에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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