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림그룹 이해욱 회장과 이 회장의 장남 동훈 씨(18)가 소유했던 개인 회사가 대림의 호텔 사업에 끼어 브랜드 사용료 등을 수취했던 것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에이플러스디(APD)’는 대림산업과 구(舊) 오라관광(현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2014년부터 시작한 호텔사업에 ‘글래드(GLAD)’란 명칭의 브랜드를 빌려주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 왔으며 이 회장이 55%, 동훈 씨가 45%씩의 지분을 보유했었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사익 편취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2일 총 1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해욱 회장과 대림산업은 검찰에 고발키로 결정했다.

에이플러스디는 대림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한 호텔 사업의 핵심 관계사로, 동훈씨로의 4세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대주주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가 불거지고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자 이 회장과 동훈씨는 2018년 7월, 무상으로 대림산업에 지분 100%를 양도했다.

대림그룹은 지난 2014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옛 사옥 부지를 호텔로 재개발하면서 글래드란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호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대림그룹에서 호텔 사업을 맡은 오라관광이 운영하는 8개 호텔 가운데 5개가 글래드 브랜드를 사용한다. 오라관광은 대림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그런데 이 글래드란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는 에이플러스디이다. 대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가 일종의 ‘통행료’를 받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또 글래드 브랜드를 대림산업이 만들었는데, 에이플러스디가 브랜드 상표권을 출원해 자사 소유로 삼은 뒤 브랜드 사용료를 챙긴 것을 문제삼았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림산업은 지난 2012~2013년 호텔사업을 준비하면서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를 개발한 뒤, 에이플러스디로 하여금 상표권을 등록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호텔 산업에서 프랜차이즈호텔사업자는 브랜드 이름 뿐만 아니라 호텔 운영 방식(브랜드인프라)을 통째로 판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데, 에이플러스디는 브랜드인프라를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호텔사업자 수준으로 수수료를 챙겼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인프라 구축 과정도 오라관광이 대신 해준 뒤, 이를 에이플러스디에 넘기는 방식이었다. 또 브랜드 사용료 책정 과정에서 에이플러스디와 오라관광이 아니라 대림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에이플러스디는 대림산업의 호텔 사업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브랜드 상표권을 ‘공짜’로 출원하고 그 명목으로 고가의 브랜드 수수료를 챙겼다는 것이다.

에이플러스디는 오라관광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 명목(1~1.5%), 마케팅 분담금 명목(1~1.4%) 등 매출액의 총 2~2.9%를 받았다. 2016년 1월부터 이 회장과 동훈 씨 지분이 대림산업으로 넘어간 2018년 7월까지 오라관광이 에이플러스디에 지급한 수수료는 31억원에 달한다. 당시 계약에 따르면 에이플러스디는 2016년 1월부터 2026년 9월까지 총 253억원의 브랜드 관련 수수료를 받기로 돼있었다.

김 국장은 "이번 사건은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일가가 사익을 편취한 행위를 처음으로 제재한 사례"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대주주 일가의 개인 회사에 유망한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관계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방식이 모두 위법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대림산업에 4억300만원, 오라관광에 7억3300만원, 에이플러스디에 1억6900만원의 과징금을 각각 부과했다. 또 이 회장과 대림산업, 오라관광을 각각 검찰 고발했다. 공정위는 "이 회장은 대림산업의 호텔 사업 진출 회의를 정기적으로 주재하면서 사익편취 행위를 지시·관여한 혐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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