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0일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DSR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웨이퍼·칩 공개를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다. 2019.04.30.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해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삼성의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문 대통령은 기업들의 시스템반도체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산업 생태계 육성에 나서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 삼성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Digital Solution Research)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다. 삼성전자 공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7월 인도 순방 당시 노이다 현장을 방문한 뒤로 이번이 두 번째다. 국내 삼성 공장은 취임 후 첫 방문이다.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선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중요하다는 정부와 삼성의 인식이 맞아떨어져 이번 행사가 마련됐다.

문 대통령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도전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세계는 우리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지만 보란 듯이 성공했다"며 "1983년 64킬로 디램을 개발하며 자신감을 가졌고, 1992년에는 세계 최초 64메가 디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에는 연달아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이며 2002년 이래 현재까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밝혔다"며 "원대한 목표 설정에 박수를 보내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행사에서 팹리스(설계전문기업)와 파운드리 분야 모두에서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계획을 담은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재정·금융·세제 지원과 인적자원 투자를 통해 국내에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뤄지는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메모리에 이어서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당부하신 대로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화답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까지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렸지만 이제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데 꼭 필요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세계 최초 7나노미터(nm) 극자외선(EUV) 공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출하식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시장 1위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7나노 EUV에 성공해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노트10’에 7나노 AP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글로벌 AP 1위인 퀄컴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EUV동 건설 현장을 방문해 공정 진행 상황과 향후 투자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 직원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정부와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DB하이텍, 실리콘웍스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 42개 주요 기업과 현대모비스, LG전자, 한국전력 등 10개 수요 기업, 성균관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 총장들이 참석했다. 또 관련 업계 전문가와 전공생 등 280여명이 행사에 참여해 시스템반도체 발전에 대한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세바스찬 승(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는 "최적화된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을 위해 뇌 구조를 AI 기술에 접목해야 한다"며 "AI 구현의 핵심부품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아직 약세지만 여러 기술적 성과를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한 잠재력이 있으므로 또 한 번 현명한 투자를 한다면 전세계의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KAIST 박사 과정의 박수진 학생은 "대학 진학 시 부모님의 의대 권유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자 반도체 전공을 선택했다"며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설계에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자동차, 바이오, 가전, 에너지, 기계·로봇 등 5대 분야 수요기업들은 이날 행사에서 팹리스·파운드리 분야 25개 기업·기관들과 시스템반도체 상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모비스 전병환 책임연구원은 "국내 최초로 독자 기술을 적용해 상용차용 지능형 카메라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며 "개발 과정에서 시스템반도체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다양한 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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