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그룹 회장 자리를 승계했다. 선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이 별세한 지 15일 만이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은 24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한진칼 사내이사인 조원태 사장을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을 통해 대한항공 등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이 실질적으로 한진그룹의 총수 권한이 있다.

한진그룹은 이달 8일 조 전 회장이 미국에서 급작스럽게 별세하면서 회장 유고 상황이 됐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그룹 경영권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물론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조원태 사장의 한진그룹 회장 등극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신임 회장은 선친의 장례를 마친 지난 16일 이후 8일 만에 이사회를 열어 회장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회장 자리를 오래 비워둘 경우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고,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과 상속세 문제 등이 전면에 부상하기 전에 경영권 승계를 마치려는 계산이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원태 사장이 그룹 회장이 실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선친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상속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진가 지분 가운데는 조 전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삼남매 지분은 각각 3% 미만이다.

이날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가 지분율을 기존 12.80%에서 14.98%로 늘렸다고 밝히며 경영권 견제를 강화했다. 반면 한진칼 3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달 16일 기준 한진칼 지분이 4.11%로 종전의 5.36%보다 줄었다고 전날 공시했다.

조 전 회장 지분을 모두 삼남매에게 넘겨주고 두 딸이 상속 지분을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으로 남겨둔다면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지분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하는 점은 한진가로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가에서는 상속세 규모가 2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속세 신고는 사망 후 6개월 안에 국세청에 해야 하며 규모가 클 경우 5년 동안 나눠서 낼 수 있다. 워낙 액수가 크기 때문에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한진칼 지분까지 처분하는 경우 한진가 지분이 줄어들면서 KCGI,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가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세간에서는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한진가가 배당, 5년 분납, 보유 현금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지분 처분 없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본다"며 "3세 경영 체제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조 신임 회장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증명하며 리더십을 만들어 가는 것이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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