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도미닉 시뇨라 사장은 16일 “르노삼성자동차는 한국 시장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기업으로서 앞으로도 변함없이 한국 시장에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9.04.17. (사진 = 부산시 제공)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 종료가 다가오고 있지만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측이 대립하면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은 난항에 빠진 상태다.

18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사측과 노조는 이날 오후 다시 임단협 교섭에 돌입한다. 그러나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에 대한 노사의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만큼 진일보한 결과가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은 인사와 경영권 등 관련 부분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사측이 노조와 단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는 '협의'가 아닌, 활발한 의견 교환을 통해 이뤄내는 '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노조는 "매년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사측이 고정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 인력을 줄이고 이를 외주화시키려고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2013년 이후부터 매년 흑자가 이어지고 회사는 발전하는데 노동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2012년 이전에는 외주화가 '합의'로 됐었는데 '협의'로 바뀌고나서 부터 사측이 노동자 일자리를 뺏기 위해 외주화를 본격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측이 강제 전환 배치를 통해 직원들을 일부러 힘든 근무지로 보낸 뒤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비정규직 비율을 높이고 있다"며 "이것이 노조가 강제 전환 배치와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차는 "2012년 적자로 인해 인력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진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013년부터 약 1600명의 정원이 줄어들었지만 그 중 생산직은 600명 정도"라며 "인원은 줄었지만 자동화 설비나 생산 시설 등을 위해 약 45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과 2012년 적자를 크게 보면서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뼈를 깎는 체질 전환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인력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 투자에 집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노사는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지만 노조는 애초에 예정됐던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노조는 현재 주·야간으로 나눠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7일에 이어 오는 19일 오전 11시45분부터 오후 3시45분, 야간에는 오후 8시30분부터 오전 12시30분까지 부분파업을 실시한다.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노조이지만 사측 역시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앞선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이 정말 중요했다면 임단협 과정 초기부터 이야기를 했을텐데 처음에는 기본급 인상만 요구하다가 본사가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지난달 8일에서야 전환 요구안을 처음 꺼냈다"며 "주요 안건을 계속 바꾸는 노조의 행동이 사측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로그 물량을 5년 동안 받았기 때문이고 로그 물량이 빠질 경우 언제라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 역시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촉구했지만 사측이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산공장은 르노삼성차가 한국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자원인 만큼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겠지만, 'XM3' 등 후속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임단협 타결이 필수라는 것이 시뇨라 사장의 설명이다.

시뇨라 사장은 지난 17일 부산시청에서 오거돈 부산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공장은 생산 물량 중 65%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2교대 고용 유지를 위해서라도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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