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90·오른쪽) 대덕전자 회장이 지난 2월18일 서울대학교에서 기부금 협약을 체결하고 500억원을 내놨다. (사진=서울대학교)

지난 2월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500억원을 기부했던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 겸 해동과학문화재단 이사장이 향년 90세의 나이로 11일 별세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에 기부금 출연 협약을 체결할 당시, 병원 입원 중이었음에도 직접 학교를 찾았을 정도로 그간 미래 인재 양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당시 김 회장은 "해외 유수한 교육기관들이 AI 기술 등 새로운 미래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서울대 해동첨단공학기술원 건립이 서울대 공대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1948년 서울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991년부터 서울대에 기부해왔다. 특히 공대 전자공학과와 화학공학과 해동학술정보실을 시작으로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 해동아이디어팩토리 등 서울대 내 10여곳의 시설 건립을 지원했다.
 
김 회장의 연구 지원은 서울대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공학 연구지원 및 산업기술 발전을 위해 1991년 설립한 해동과학문화재단을 통해 '해동상'을 제정해 총 282명의 해동상 수상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했다. 대학생 280명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전국 20여개 공과대학 건물에 해동도서관을 건립하기도 했다. 2002년에는 대덕복지재단을 세우며 이러한 연구지원을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어갔다.
 
1929년생으로 함남 조선전기공고를 졸엄합 김회장은 어려서부터 가난한 가정 형편 때문에 온갖 고충을 겪어 왔다. 열 아홉살에는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며 실질적인 가장이 됐다. 대학교 진학 후에도 조선호텔에 웨이터로 취직해 낮에는 공부를 하고 아침과 야간에는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학 재학 중 6.25전쟁이 발발해 공군에서 통신장교로 복무하기도 했다.

1969년에는 미국과 유럽지역을 순회한 후 전자사업 핵심 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1972년 PCB 전문업체 대덕전자를 창업했다. 처음에는 흑백 TV 인쇄회로기판(PCB)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해 현재는 스마트폰과 5G 이동통신 등에필요한 PCB를 제조하고 있다.

대덕전자는 지난해 기준 매출액 5900억원 순이익 2600억원을 기록했다. 현재는 직원 1700명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한 상태다. 

생전 김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과 '공동운명체'라는 두 가지 정신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기술은 곧 사람"이라며 "인화로 단결하고 창의로 공부해 책임을 완수하자"고 직원들에서 이같은 '대덕의 핵심 가치'를 전해왔다.
 
김 회장의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5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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