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별세하면서 횡령 혐의 등으로 진행 중인 그의 형사재판과 추가 수사가 향후 중단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에서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조 회장의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3일로 연기됐다. 검찰과 법원은 조 회장의 사망이 공식 확인될 경우 조 회장에 한해 관련 사건 등을 종결 처리할 전망이다.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이날 새벽 미국 현지에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횡령·배임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상태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별세함에 따라 관련 재판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부지법 관계자는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져 조 회장에 대한 재판은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신고서 등 서류가 접수된 이후 결정이 나는 것이라 오늘 안에 공소기각 결정이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조 회장과 함께 기소된 나머지 3명의 피고인이 있어 재판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니기 때문에 피고인의 출석이 의무가 아니다.

실제 남부지법은 이날 오후 "조 회장 재판은 검찰의 기일신청 변경을 받아들여 5월13일로 변경됐다"고 밝혔다.

조 회장 수사는 지난해 4월30일 서울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기업·금융범죄전담부인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지난해 6월 조 회장을 피의자로 처음 소환해 약 16시간에 걸친 고강도 조사를 벌인 뒤 7월초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듯 했으나, 법원은 피의사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조 회장을 한 차례 더 불러 조사한 뒤 지난해 10월 조 회장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사기·횡령 및 약사법 위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에서 추산된 조 회장의 횡령·배임 등 규모는 274억원이다. 2003년부터 지난해 5월에 걸쳐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조현아·원태·현민 3자녀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41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과 '땅콩회항' 사건 및 조 회장의 형사사건 변호사 비용을 대한항공 자금 17억원으로 충당한 것은 각각 특경법상 배임과 횡령 혐의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또 재벌총수로서 이례적으로 약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조 회장이 2010년 10월~2012년 12월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겼다는 혐의다.

재판은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않은 단계다. 지난해 11월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은 약 10분 만에 끝이 났고, 지난 1월 두번째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뒤 세 달만에 열리는 기일이었다. 조 회장은 두 차례 모두 출석하지 않았고, 변호인을 통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적지 않은 법정다툼이 예고됐던 상황이었다.

이와 별개로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2월 조세포탈 및 횡령 등 혐의로 조 회장을 추가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이 고발한 사건과 경찰에서 수사해 송치한 자택 경비 비용을 계열사 돈으로 지급한 혐의 사건이다.

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노조 등은 지난달 조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안건과 관련해 직원 주주들에게 위임장 작성을 강요했다며 강요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망하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들에서 조 회장에 관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9일 오전 형사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다음달로 연기됐다.

이들은 이날 조 회장의 장례 절차 등의 이유로 법원에 기일연기(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의 사건을 모두 5월2일 오전 10시30분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장과 조 전 부사장은 필리핀 여성들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위장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조 전 부사장을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조 전 부사장도 약식절차가 부적절하다며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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