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그늘 벗어나 원리더 자리 굳혔다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획득 소명 기회도

이번 국감은 신동빈 회장에게 당초 우려와는 달리 실보다 득이 많았다는 평가다.

이번 국감에서 롯데 신동빈 회장은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더 많다는 평가다. 
신 회장이 당초 10대 그룹 총수로는 최초로 국감 증인으로 출석이 예정된 까닭에 정가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통해 정치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이 때문인지 신 회장도 국감을 기다릴 때 까지는 초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 회장 곁을 지켰던 롯데 그룹 황각규 사장도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감이 시작되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정우택 정무위원장은 증인 심문에 앞서 “롯데는 1967년 4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국민 곁에 항상 있었던 기업”이라며 “제과부터 음료·유통·관광·문화까지 국민과 함께 성장한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추켜세웠다. 
이어진 질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신 회장을 향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롯데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 여부, 올해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에서 롯데가 특허권을 따내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해명할 기회를 줬다. 
신 회장의 한국어 실력을 두고 그룹 관계자들이 걱정하는 모습과는 달리 신 회장은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한국어로 답변을 이어 나갔다.
신 회장을 두고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그동안의 편견을 깬 것은 신 회장이 이날 얻은 첫 번째 수확이다. 
신 회장은 롯데가 한국기업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그는 롯데가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롯데 그룹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 “롯데를 비롯한 모든 한국 롯데 계열사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에 실시될 면세점 재승인을 위한 초석도 마련했다. 
신 회장은 “롯데 면세점이 세계 3위지만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며 “국민의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간접적으로 롯데 면세점이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자리 늘리기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이외에도 롯데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됐다는 점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도 됐다. 
신 회장은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의원들의 질문을 받아 “롯데가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은 끝이 났다. 재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신 회장이 이번 국감을 통해 잃은 것은 무엇일까. 신 회장은 10대 그룹 총수로는 최초로 국감 증인으로 불려나왔다는 오명을 썼다. 또 국감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고개를 숙인 첫 번째 총수로 역사에 남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총수들이 국감을 회피하는 사례를 줄게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기정 의원은 “오늘 출석해서 얻은 것이 많을 것 같다”며 “언어 구사에 불편함이 없다는 걸 알렸고 형제의 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변했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달 18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에 대한 정무위 국감은 재벌총수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국감모델을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재벌 총수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근대적인 경영문화 개선 불공정 거래 중단·일자리 창출·정규직 전환·골목상권 침해방지·순환출자고리 해소 등을 약속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정감사장은 재벌총수를 단죄하거나 모욕 주는 곳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찾고 공정한 룰을 마련하는 무대”라며 “새누리당이 ‘재벌총수 모욕주기’라며 재벌총수의 국감증인 출석을 반대하는 것이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출석을 극구 회피하려는 다른 재벌 총수들은 국회에서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 롯데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회장은 홀가분하게 국정감사에 마치고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늘에서도 벗어나 원리더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지적과 꺼지지 않는 반롯데 감정 등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반롯데 감정은 풀어야 할 과제
신 회장은 이날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며 8월 11일 대국민 사과에 이어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솔직하고 담담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 안으로 호텔롯데를 상장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롯데가 한국기업이고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협력업체들과 상생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돌린 민심과 정치적 압박을 의식해 정면돌파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작업의 핵심인 호텔롯데 상장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까지 상장하고 30% 이상의 지분을 신주로 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상장 후 장기적으로 일본 주주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사회 결정 등 각종 수순을 거쳐야 한다. 
광윤사, L투자회사 등 일본 롯데 지배구조에 대한 추가 자료 공개도 지켜볼 문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롯데그룹이 광윤사,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 등 해외 계열사의 주주명부, 출자현황 국내, 해외 비계열사, 주식소유 확인 등에 대한 증빙자료를 한달 이내 추가 제출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위는 지난 7월 말 롯데그룹에 “동일인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정황이 드러났다”며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현행법상 공정위 요구 자료를 미제출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대표자인 동일인이 신격호 총괄회장으로 돼있어 신 총괄회장까지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일본 변호사 사무소에서 공개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며 “나중에 법률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황각규 롯데그룹 사장은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해외계열사의 지분구조 등)자료를 더 제출 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알기론 다한 걸로 알고 있다”며 “일부분은 일본 법률상 문제가 있어 공정위와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계열사 내에서 이뤄졌던 밀어내기, 부당거래 등 불공정관행 등도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업문화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강기정 의원은 롯데마트가 자사 매출 조작이나 밀어내기 등의 방법으로 입점업체들에게 피해를 전가시켰다는 문서를 공개했다. 또 같은 당 김영환 의원이 백화점 중 특약매입 비중과 판매수수료가 가장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병석 의원은 “우리홈쇼핑은 공정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부당거래 행위를 다했다”며 판매수수료, 구두발주, 판매대금 지연 지급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거론했다. 
롯데그룹의 군대식 문화, 잦은 계열사 이동과 함께 롯데그룹이 다른 재벌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등의 문제들에 대해 신 회장은 “계열사마다 관련 TF팀을 구성해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며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논의된 많은 의견을 반영해 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발전된 롯데를 보이겠다는 게 신 회장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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