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는 한국기업이다. 왕자의 난은 끝났다”
정무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증인 출석 답변

“롯데그룹은 한국기업이고 왕자의 난은 끝났습니다.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 그룹의 정체성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정위 감사는 소위 ‘신동빈 국감’으로 불릴 만큼 하이라이트였다. 국감현장을 정밀 스케치한다.

 

사과로 시작 호소로 끝난 ‘신동빈 국감’

“국민께 심려 끼쳐 진심으로 죄송”
면세점 세계 1위 될 수 있게 지지 당부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

바짝 긴장한 모습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 회장은 소속 의원들의 날선 질문에 어눌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국민에게 심려 끼쳐 드린 것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합니다”
신 회장은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국민들에게 롯데가에서 일어난 경영권 분쟁 사태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라며 고개를 숙였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롯데가 한국 기업인가’ 여부를 비롯해 ‘자식들에게 기업을 물려줄 의향이 있는가’, ‘왕자의 난이 끝이 난 것인가. 재발될 가능성은 없는가’ 등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10대 그룹 총수가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한 것도 처음이지만 10대 총수가 국감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인 것도 최초로 기록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롯데가 한국 기업인지 일본 기업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또 롯데 그룹의 정체성 논란에 대해 “롯데를 비롯한 모든 한국 롯데 계열사는 대한민국 기업”이라며 “세금도 한국에서 내고 있고 근무하는 사람도 한국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진 ‘왕자의 난’ 관련 질문에는 “롯데가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은 끝이 났다. 재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저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일본 롯데 제과와 한국 롯데를 같이 경영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같이 할 때 지주 가치를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리해서 경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국감에 앞서 증인 선서 모습. 우측은 최측근인 황각규 사장.

“2004년까지 日에 이자·배당금 안줬다” 
신 회장은 그동안 롯데 그룹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한국에 재투자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의 “롯데 그룹은 지난 2005년부터 일본 주주에 배당을 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1967년에 롯데제과가 생긴 이후 2004년까지 일본에는 이자, 배당금도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까지 일본에 배당을 하지 않자 일본 국세청에서 롯데는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하는 것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며 “당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배당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고 이후 2005년부터 일본 주주에 대해 배당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이어 “신 총괄회장이 ‘고국인 대한민국에 대해 많이 투자해야 한다’, ‘남은 이익은 재투자를 해서 좀 더 큰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이념으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국감이 진행되면서 다소 여유를 찾은 신 회장이 팔짱까지 끼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는 M&A 때문”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는 롯데 그룹이 한국에 재투자 하는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을 많이 해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 그룹이 그동안 M&A를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1개 기업이 아닌 당시 5~7개 회사에서 나눠 투자해 자동적으로 순환투자 고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특히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리먼쇼크 때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주식을 여러 회사에 기부했다”며 “그때 다시 순환투자 고리가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부분에 대해 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내부거래가 많다고 거론된 롯데 상사는 이익이 남지 않는 회사로 5~10년 기간으로 보면 이익이 제로(0)에 가깝다”며 “롯데 정보통신도 작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 정보통신은 다른 회사의 플랫폼 회사다. 그래서 내부 거래가 많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순환출자 개선”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개선을 위해 신 회장은 “내년 2분기까지 호텔롯데를 상장할 계획”이라며 “순환출자 고리를 없애는 건 연말까지 하고 상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반대할 가능성이 없느냐”라는 질문에는 “보고 올리고 총괄회장님도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기업공개 과정에서는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30~40% 수준의 신주 발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상장 시 신주 발행이 아닌 기존 주식을 파는 방식으로 하면 상장 차익이 바로 실현된다”면서 “일본롯데홀딩스와 회사들이 10~15조원의 상장 차익을 실현하는 순간 세금을 국내가 아닌 일본에 세금을 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주매출을 최소화하고 신주를 발행해야 투자 여력도 생긴다”며 “신주 발행으로 하고 공모 범위를 25%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구주로 발행하면 그렇게 되겠지만”이라면서 “지금 전체 30~40% 정도 신주 발행을 통해 (공모)하도록 돼 있다”고 답변했다.

“면세점 고용인원만 3만명”
신 회장은 하반기 면세점 특허권 수성을 염두해 둔 듯 “롯데 면세점은 세계에서 3위이자 가장 경쟁력을 가진 회사라고 믿는다”며 “국민의 지지와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은 “면세점이 간접적으로 고용하는 근로자가 3만명에 달한다”며 “1980년도 때 24개 회사에 대해 면세점 영업 면허를 줬지만 시간이 지난 후 인수당하거나 문을 닫았다. 면세점은 매우 어려운 사업으로 세계적으로도 5~7개 기업에 집중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롯데 면세점이 세계 3위지만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며 “면세점에 투자 비용만 2조8000억원이 된다. 면세점 사업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롯데 면세점이 많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에 일본 도쿄에 큰 시내 면세점을 오픈한다”며 “그런 식으로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경쟁력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좀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신 회장은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소감에 대해 “많은 부분 배웠다”며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 많이 이해했고 국민과의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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