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게 됐다.

27일 대한항공 제5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 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앞서 조양호 회장 부인과 세 자녀는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대한항공 오너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이런 여파로 조 회장도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조 회장은 여론의 역풍과 어느정도 예상됐던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쥐고 있으려 했던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대한항공에 사정이 밝은 관계자는 "조 회장은 아름다운 퇴진을 꿈꾸며 버텨온 것 같다"면서 "IATA(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 최고 정책심의 및 의결기구 집행위원회 위원으로서 오는 6월 대한민국에서 처음 열리는 '항공업계의 UN회의' IATA 연차 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물론,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게도 힘을 실어주면서 경영권 승계까지 염두했기 때문에 사내이사 직을 유지하고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론과 투자자들의 주목을 피해 사내이사 연임을 고수하지 않았더라면 명목상의 회장 직함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주주가치 제고방안과 경영쇄신 방안 등을 내놓는 등 '표대결'이라는 정공법을 택하며 '항공업계 리더'로서의 면모를 지키고자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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