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일가 주택 공사비용을 회삿돈으로 대납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물산 간부들이 "하자보수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인테리어 공사"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는 2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 삼성물산 전무 등 4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최 전무 등은 이 회장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일가 주택 공사 비용 33억원을 삼성물산 자금으로 대납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이 도급을 준 것처럼 가장해서 삼성물산 자금으로 공사 업체에 대금을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무 측 변호인은 "당시 누수 관련 하자가 발생해 방수와 관련된 하자보수 공사를 한 것"이라며 "건설법상 하자보수 기간인 3년이 지난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채무불이행의 책임을 지고 하자보수를 한 것이지 이 회장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도록 한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전무 등은 현장 공사를 하는 사람들로 시공사인 삼성물산의 잘못으로 잘못 공사된 것을 고쳐준다는 인식하에 한 것이라 횡령 고의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이미 그런 부분이 제외되고 남은 것이 기소된 것이다. 삼성물산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누수로 인해 공사를 맡겼다는 자료는 따로 없었다"면서 "관련 공사의 명칭이나 시공업체의 업종 등을 볼 때 이것은 그냥 인테리어 공사로 꾸미기 위한 공사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들과 달리 이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세금을 포탈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재산관리팀 총괄 임원 전모씨는 혐의를 사실상 인정했다.

전씨는 이 회장이 그룹 임원들의 차명계좌를 통해 삼성그룹 주식을 보유·매매하는 과정에서 지난 2007년과 2010년 양도소득세 등 총 85억5700만원의 세금을 포탈하는데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전씨 측 변호인은 "해당 계좌가 차명계좌이고 그에 관한 세금에 대해 과세 연도에 확정신고를 하지 않은 부분은 명확하게 다 인정한다"며 "다만 사건 발생 시점에서 7년 이상 지나 관련 판례들을 검토해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23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한편 검찰은 두 사건과 관련해 이 회장에 대해서는 의료진 확인 등을 거쳐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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