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6.5조원, 최태원 회장 5.1조원, 서정진 회장 4.5조원, 정의선 부회장 3.1조원 등

이재용 부회장, 최태원 회장, 서정진 회장, 정의선 부회장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서 재벌 총수일가가 불린 돈이 35조 원에 이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기에는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헐값에 사들여 비싸게 팔고, 일감을 몰아주는 수법 등이 동원됐다.

1990년대 이건희 회장에게서 61억 원을 증여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 돈을 투자한 에스원 등이 상장되면서 재산이 6백억원대로 불어났다. 그는 이 돈으로 삼성에버랜드와 SDS의 '상장 전 주식'을 싸게 인수하고, 계열사들은 에버랜드에 일감을 몰아줘 기업의 부를 쌓았다. 이후 에버랜드는 제일모직과 합병, 상장되면서 주가가 뛰었고, 이재용 부회장은 6조4천억 원대의 재산가가 된다.

또 최태원 SK 회장은 SK 등이 보유한 SK C&C 주식을 1994년 주당 400원에 매입했다. SK와 합병하며 경영권 확보의 바탕이 된 이 주식은 현재 28만 원 선,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주당 560만 원에 이른다. 사실상 일반인이 구입하기 어려운 비상장 주식을 먼저 사들여 일군 차액은 5조 600억 원 상당이다.

7일 경제사회연구소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재벌가의 사익편취를 통한 부의증식액 총액은 35.8조원으로 조사돼 지난 2016년의 31조원에 비해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별 지배주주의 사익편취액을 살펴보면 삼성물산-에스케이-셀트리온헬스케어-현대글로비스-삼성에스디에스-에이치솔루션-두산-CJ 순으로 이들 8개 회사는 지분가치의 상승 중 지배주주 일가가 가져간 금액이 1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들 회사에서 편취한 금액이 전체 기업집단의 사익편취액의 84.1%를 차지하고 있으며 5천억원 이상의 회사는 11개사로, 이들이 전체 사익편취액의 91.5%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삼성물산, 삼성에스디에스, 현대글로비스와 같은 경우 지난 보고서에 비해 사익편취액이 감소했는데 이는 주가 하락 등 산업의 환경 자체가 부진하거나 관련회사의 영업부진으로 인한 연쇄효과, 일감몰아주기 규모 증가의 한계 등에 따른 것으로 자발적으로 사익편취를 줄였기 때문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대림그룹의 경우 이준용 명예회장이 주식을 기부함에 따라 사익편취액이 감소된 경우로 사익편취해소의 바람직한 사례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또 사익편취회사의 지배주주는 141명이나, 이들 중 부의 증식액이 누적 50억원 미만이거나, 누적수익률이 10%에 미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총 95명의 지배주주 일가가 해당된다고 밝히고 개인별 사익편취액도 회사별 집계와 마찬가지로 상위 소수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상위 3인으로 이들이 전체 사익편취 금액의 44.9%를 차지하고 있으며 1조원 이상의 사익편취액을 기록한 9인은 전체의 77.8%, 5천억원 이상을 기록한 14명은 전체의 86.6%를 차지, 기업집단 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별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전환사채를 이용한 편법상속으로 문제가 되었던 에버랜드의 상장차익으로 인해 부의 증가액 1위를 기록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보고서(2016년)에서 에버랜드로부터 5조원, 삼성SDS로부터 2.35조원의 사익편취액을 기록했으나 이번에는 삼성물산에서 4.5조원, 삼성SDS에서 2조원을 기록, 주식가치가 감소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SK 한 회사를 통해서 5조원 가량 사익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SK실트론 역시 회사기회 유용으로 볼 여지가 있으며, 그렇게 볼 경우 부의 증식액은 더욱 증가하게 되나 TRS계약의 특성상 최태원 회장이 직접 보유하는 것으로 공시되지 않아 계산에서 제외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경우 사익편취의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창업주의 위치에서 나타난 사익편취로 이례적인 경우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지분은 직접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셀트리온 주주의 부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전되었기 때문에 사익편취에 포함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한 회사로 4.5조원의 사익편취액을 기록, 수익률 측면에서 가장 높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가장 대표적인 회사기회유용 사례인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2.5조원 상당, 이노션, 현대엔지니어링 등을 포함해 모두 3.1조원의 부가 계열회사로부터 증가했다. 다만 최근 업종의 부진으로 인해 부의 증식액이 다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사익편취를 막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에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상법을 통해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이에 대한 처벌조항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편법적인 승계는 기업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부의 승계가 아무 손실없이 이뤄져야 한다면 계급에 따라 신분이 규정된 신분제 사회와 다를 바 없다"며 "이번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익편취에 대한 논란이 근절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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