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총괄 수석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오토에버 상장이 속도를 내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재가동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IT계열사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18일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돌입했다. 3월 상장이 목표다. 삼성, SK, 한화 등 국내 주요그룹의 경영승계가 전산 관련 계열사 상장과 함께 속도를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오토에버 상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정의선 부회장은 1대주주 현대차(28.96%)에 이어 현대오토에버 지분의 19.46%(402만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대오토에버는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8400억원에서 9240억원 규모로 예상했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635억~1798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오토에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가 기업공개 과정에서 구주매출할 주식 316만2420주 중 정 부회장의 지분 201만주가 포함됐다. 정 부회장은 구주매출을 통해 지분 201만주를 팔아 지분율을 9.57%로 낮추고, 800억원대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분석된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올해 배당액을 크게 늘렸다. 현대글로비스는 주주권익 강화의 일환으로 배당을 전년에 비해 10% 늘렸고, 정 부회장은 288억원의 배당을 받게 됐다. 정 부회장은 현대오토에버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배당금만으로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현대오토에버를 시작으로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11.7%(89만327주) 지분을 보유 중인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상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상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며 현대엔지니어링 주식은 장외시장에서 19일 기준 82만원(1.23%)으로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의 비상장주식 가치는 이날 기준 7301억원 수준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 상장으로 정 부회장은 일감몰아주기 이슈 해소와 자금마련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며 "오토에버의 다음 차례는 현대엔지니어링일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정 수석 부회장의 성향상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며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현대모비스 분할 및 글로비스 합병을 통해 그룹의 순환출자고리를 끊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공격으로 계획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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