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체 4사가 지난해 4분기 일제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과 공급 과잉으로  정제마진이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정유 4사의 영업손실 규모는 1조135억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27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S칼텍스는 2670억원의, 현대오일뱅크는 1753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에쓰오일 또한 같은 기간 영업손실 규모가 2924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유 부문이 발목을 잡았다. 국제유가가 폭락한 여파다. 정유사는 통상 원유를 구입한 후 2~3개월 후에 판매하기 때문에 미리 사둔 원유 가치가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비싸게 사고 싸게 팔았다는 얘기다. 분기 말 국내 정유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에서 52달러로 35%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정유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가를 바탕으로 높은 가동률(지난해 하반기 기준 94.1%)을 유지하며 정제 마진 악화로 이어졌다.

국내 정유화학 업계는 최근 2~3년간 중국 시장의 수요 확대와 미국 등 주요 업체의 공급 물량 부족으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또한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는 등 정유화학 업계의 '슈퍼사이클'이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쓰오일은 작년 영업익이 반토막 났고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각각 42%, 38% 급감했다.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도 34% 줄었다.

올해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데다 미국발 원유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당분간 정제마진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작년 4분기와 같은 어닝쇼크 수준의 침체는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일단 내년부터 적용되는 IMO(국제해사기구) 황함량 규제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 사용이 증가하면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다.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효과와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생산량 조율로 2분기 이후에는 유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가가 의미 있게 반등해야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며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황함유량을 규제함에 따라 내년 2분기 혹은 하반기부터 정제마진 개선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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