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전문가 검토 단계부터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대기업의 위법·탈법을 국민연금으로 바로잡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의지가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주주권 행사 분과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 및 행사범위'를 논의했으나 합의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해 7월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원칙)'을 도입하면서 기존 의결권 행사 자문기구를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위원들은 가입자 대표 추천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애초 기금운용위원회는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 검토 결과를 토대로 2월초까지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 여부와 범위를 결정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단일한 의견이 나오지 못한 데다, 위원 과반수가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에 반대를 표하면서 기금운용위원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를 주재한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며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 전횡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이지만, 전문가들은 주주권 행사 이행을 위해선 걸림돌이 남아있다는 진단을 내린 셈이다.

이날 논의에서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에 대해선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 2명이 찬성하고 7명이 반대했으며,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엔 4명이 찬성하고 5명이 반대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된 건 현행법상 한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관련해 주주권 행사 반대 의견을 던진 위원들은 사유로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기금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고려'를 꼽았다. 10% 이상 지분을 가진 투자자가 단순 투자 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꿀 때 6개월 이내 발생한 해당 기업 주식 매매차익을 반환하는 이른바 '10%룰'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대한항공에 대해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은 소수에 그쳤다.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반대했던 위원 7명 중 2명도 한진칼에 대해 주주권 행사 찬성 뜻을 밝혔지만 부분적이다. 이사해임 및 정관변경엔 찬성하지만 사외이사선임 및 의결권대리행사 권유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로 다시 넘어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측 당연직 5명을 포함해 사용자 대표(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3명, 노동자 대표(한국노총·민주노총·공공노조) 3명, 지역가입자 대표(농협·수협·한국공인회계사회·외식업중앙회·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5명, 국책 연구기관 2명 등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복지부는 "기금운용위원회는 '대한항공·한진칼에 대한 주주권 행사여부 및 행사범위' 최종 결정하게 된다"며 "기금운용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는 이달말에서 다음달 초 개최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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