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시장의 관계와 외국의 경험

개발도상국가의 공공부문 고용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양쪽 모두 국가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공공부문의 기준이 국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맞비교하는데 조심해야하지만 OECD 분류에 따르면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높은 나라는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동부 유럽, 남미, 아프리카, 선진국의 경우 북부 유럽이다. 한국 정부가 비교의 근거로 삼는 OECD국가의 공공부문 고용비중 평균은 2015년 기준으로 21%인데 비해 한국은 7.6%에 지나지 않는다. OECD 국가끼리도 편차가 매우 크다. 노르웨이가 30.0%로 가장 높고 덴마크 29.0%, 스웨덴 28.6%인데 비해 영국(16.4%), 미국(15.3%), 독일(10.6%)은 이보다 훨씬 낮고 일본(5.9%)은 한국보다 낮다. 개발도상국가도 편차가 크다. ILO통계(2014)로 러시아는 40.6%나 되며 헝가리(24.8%), 베네수엘라(29.0%), 이집트(26.3%) 등 20% 넘는 국가가 많다.

민간 부문은 급여와 고용이 시장에서의 성과에 따라 결정되지만 공공부문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 공공부문 급여와 고용이 노동시장의 수급과 생산성 변화와 괴리되고 각국의 정치경제사회 특징에 따라 달라지는 이유다. 공공부문 고용이 공공서비스의 제공이나 노동시장 개선을 목표로 하더라도 정치경제사회 특징은 비용과 편익 계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 인식이나 정부의 정책이념은 비용과 편익 계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선진국 중에서 북부 유럽의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높은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고 공무원의 부패는 작은데 있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개발도상국가지만 칠레나 페루 등에서 공공부문의 고용비중이 낮은 이유는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과 국민의 조세부담률을 낮추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선진국은 공공서비스가 편익의 중요한 변수인 반면, 개발도상국가에는 고용개선이 편익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양쪽 모두 정부의 재정상황은 비용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어떤 나라도 예외 없이 재정이 악화되면 공공부문을 줄였다. 세계금융위기이후 OECD 국가도 75%가 공공부문 고용과 급여를 줄였다. 공공부문의 역할에 대한 이념은 교육, 의료 등 공공서비스 전달의 비용과 편익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동일한 액수를 지출하더라도 공공서비스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나 민간부문이 제공하나에 따라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크게 달라진다. 북부 유럽은 공공부문 고용비중이 매우 높은 반면, 일본은 매우 낮은 이유다. 게다가 노르웨이 등 북부 유럽 국가나 사우디아리비아 등 중동 국가는 가스나 산림 등 부존자원이 풍부해 재정상황이 양호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다.

노동시장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어지고 상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급여 수준 등의 격차가 크면 불균형에 빠진다. 공공부문의 급여와 고용은 민간이 부담하는 세금에 의존하고 민간부문도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시장에는 구축효과와 대체효과의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부문의 고용확대로 가계와 기업의 세금 부담이 커지면 민간부문의 고용창출을 밀어내는 구축효과와 민간이 제공하던 공공서비스를 공공기관이 맡는 대체효과의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가 모두에서 나타난다. 잉여 노동력이 많은 개발도상국가의 경우부터 보면 IMF는 공공부문의 고용확대가 민간부문의 고용을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한다.

공공부문 고용확대가 노동시장의 성과를 개선하는데 기여하지 못해도 저수지 역할을 할 수는 있다. 이론상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혁신이 앞서 있다면 잉여 노동력을 흡수해 숙련을 키워 민간부문으로 노동력 이동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공공부문 고용확대는 실업을 줄이고 혁신과 숙련형성을 촉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개발도상국가의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시장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보면 공공부문의 고용은 정치경제적 지대추구행위와 연결되어 있고 공공부문 고용확대의 원인 중에서 44%는 정치적 로비에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실제로는 공공부문 고용확대의 경제적 효과는 일시적이고 사회적 비용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면이 더 크다.

OECD국가의 경우 공공부문의 임금상승은 민간부문의 임금을 높이고 민간부문의 임금상승은 공공부문의 임금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공공부문의 고용확대는 민간부문의 일자리 만족도를 낮춘 것으로 평가된다. 평균적으로 전체 고용의 20%, 정부지출의 20%가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유럽의 경우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노동시장 사이의 이동은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다. 유럽은 공공부문이 민간부문보다 급여가 평균 15% 높아 공공부문 프리미엄이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에서 이동은 민간부문에서 공공부문으로보다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으로가 훨씬 많다. 공공부문에서의 경력은 가치가 낮고 공공부문 일자리의 매력도 낮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은 우수한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고 저숙련 근로자에 대해 고용경쟁력을 보인다.

OECD 17개국의 공공부문 고용이 노동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한 분석은 구체적인 숫치를 제시한다. 평균 1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150개의 민간부문 일자리를 밀어내었고 100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33명의 실업자를 만들었다. 공공부문 고용은 노동공급 특히 교육과 숙련 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공공부문이 시험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경우 창의성보다는 지식의 암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교육은 숙련 개발보다 취업에 필요한 자격 등의 취득에 치중하게 되었다. 주입식 교육과 취업 시험 경쟁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폐쇄적으로 만들고 신뢰 형성에 장애가 된다. 이는 공공부문이 필요한 봉사 정신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어렵고 취업 이후에는 권위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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