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을 마치고 참석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며 퇴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멘토'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 대한 강한 신뢰를 표명했다. 노 실장의 행동반경을 공개적으로 넓혀준 것에 이어 '친문(親文·친문재인)' 색채가 짙어졌다는 비판적 시각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등 노 실장 체제에 적극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 실장에 관한 질문을 받고 "오로지 문재인 정부의 성공만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뜻을 밝혀줬다"며 각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면서 특별한 당부를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지내며 쌓은 경제계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달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사 차 집무실을 들른 노 실장에게 "정책실장 뿐만 아니라 비서실장도 경제계 인사를 만나는 것이 해야 될 일"이라며 "과거처럼 음습하다면 모를까 지금 정부에서는 당당하고 투명하게 만나 달라"고 경제계 인사와의 적극 소통을 주문했다.

또 문 대통령은 노 실장으로 대표되는 '2기 청와대' 비서진 인사를 단행하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꾸준한 업무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확실한 국정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였다.

스스로 정치적 욕망을 버리는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곁을 지키기 위해 비서실장을 수락한 노 실장에 대한 인간적인 고마움이 적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노 실장의 인선을 두고 '친정체제 강화', '친문 귀환'이라는 정치적 수식어가 붙는 것에 대한 다소 불편한 심경을 적당한 유머를 섞어 드러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노 실장 인사에 '친문을 더 강화했다'는 언론의 평가에 대해선 약간 안타깝다"며 "청와대는 다 대통령의 비서들이기 때문에 친문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더 친문으로 바뀌었다고 하면 아마 물러난 임종석 실장이 아주 섭섭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재치 있는 농담을 곁들여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당선 후 '친문 패권주의' 비판을 경계하며 스스로 곁을 떠났던 노 실장이 청와대로 복귀하며 가졌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문 대통령의 배려로 풀이 된다.

실제로 노 실장은 취임 인사에서 "사실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까 참 두렵기도 하다. 그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려 한다"며 몸을 한껏 낮췄다.

노 실장이 비서진들에게 보낸 당부 서신에서 '춘풍추상(春風秋霜, 남을 대할 때에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에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한다)'이라는 사자성어를 강조한 것도 최대한 몸을 낮추려는 뜻으로 읽힌다.

노 실장은 과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의 비서실장직을 제안 받고 "사흘을 도망다녔다. 너무 무거운 책임이었고, 나는 적임자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토로했던 일화는 대선 패배 과정을 다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회고록 '비망록'에 소개 돼 있다.

2012년 당시 "후보님이 비서실장을 해봤으니 많이 가르쳐달라"는 노 실장의 당부에 "나도 잘 몰라요. 그런데 잘 하실 겁니다"라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던 것도 '비망록'에 담겨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했던 자신과 비슷한 모습의 노 실장에게서 신뢰를 확인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비서실장 재직 당시에도 신중한 자세로 일관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후 문 대통령이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때 라디오 토론회에서 주요 정치 현안을 상의한다고 밝힐 정도로 노 실장은 문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까지 관계가 깊숙해졌다.

대통령을 돋보이게 해야한다는 점에서 비서실장에 대한 과거 인식은 '그림자 실장'이었지만, 전통적 관념을 벗어나 적극적인 역할을 공개적으로 지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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