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조합원 중 40~70% 참석했지만 큰 문제 없어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 노조 기자 간담회에서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권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수석부위원장.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19년 만에 총파업을 단행했음에도 파급력이 생각보다 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과거 파업 때에는 '금융 대란'으로까지 비화되는 등 고객 피해가 극대화됐던 반면 이번에는 약간의 불편을 제외하고는 큰 혼란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 거래 상당부분이 비대면으로 대체된터라 과거와 같은 파업 방식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 12월 22일 총파업 당시에는 은행 창구가 닫히자 외환, 대출, 신용카드, 공과급납부 등 대부분 업무가 불가능해 일대 대란이 일었다. 진념 재경부장관, 이근영 금융감독원장, 이기호 경제 수석 등 경제 수장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지금은 은행원과 만나지 않아도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KB국민은행의 비대면 거래 건수는 전체의 86%를 차지한다. 거의 모든 업무를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이번 파업 당시에도 일부 대출 업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대면으로 처리 가능했다.

이 때문에 전체 조합원 약 1만4000명 중 노조 추산 68%(9500명), 회사 추산 39%(5500명)가 참석했음에도 총파업 대란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KB국민은행의 현상 만은 아니다. 은행권의 비대면 거래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조회를 기준으로 은행권 창구 대면거래는 전체 거래의 8.4%에 불과하다. 반면 인터넷뱅킹 거래는 86%로 10배 넘는 수준이다.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자동화기기(ATM)등으로 업무를 보는 이용자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영업점 점포 자체도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평균 지점 수는 9월 말 기준 2016년 377곳, 2017년 301곳, 2018년 292곳으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각 은행들은 '디지털 원년' 등을 선포하며 비대면·디지털화에 박차 가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 창구에 앉아있는 은행원의 모습을 보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파업으로 국민은행 노조의 협상력은 오히려 줄어든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결집력과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대규모 총파업을 벌였지만 생각만큼 큰 문제가 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이어질 노사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도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는 이달말 2차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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