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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세계은행 총재 전격사임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 때문인듯
김효성 기자 | 승인 2019.01.08 13:28

김용 세계은행 총재가 전격 사의를 표시한 것은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노골적인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세계은행의 대(對)중국 대출, 기후변화 지원 등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중국을 포함해 개발도상국에 640억 달러를 대출했는데 미 재무부는 세계은행이 철저한 검증 없이 중국에 너무 많은 대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총재가 기후변화를 핵심 과제로 유지한 점도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빚은 요인이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기후변화 지원을 위해 5년간 2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은행은 지난 4월 예상을 깨고 미 재무부의 동의를 얻어 130억 달러의 증자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김 총재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김 총재는 결국 2022년 6월까지인 임기를 3년 이상 남기고 돌연 사의를 표시했다.

김 총재 측은 이번 사퇴를 "개인적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빈곤 퇴치와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이라는 세계은행의 역할과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이에서 적잖은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전(前) 국제통화기금(IMF) 중국 담당 책임자는 NYT에 "김 총재는 트럼프 행정부 달래기와 그동안 세계은행이 해왔던 일들을 계속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 왔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다자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총재가 임명되더라도 세계은행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세계은행의 구조와 조직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안팎의 반발이 상당했다는 관측도 있다. NYT는 김 총재가 국부펀드, 사모펀드, 보험회사 등을 새로운 자금원으로 참여시켜 인도네시아, 잠비아, 인도 등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이 전략은 은행 내 일부 전통주의자들을 불편하게 했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한국인 출신으로는 최초로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과 국제금융기구 수장을 잇따라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 총재는 5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아이오와주로 이민을 갔다.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의학과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 의대에서 20여년간 교편을 잡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국장으로 임명돼 에이즈 확산 방지 활동 등을 벌였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역량을 인정 받아 지난 2009년 3월 아시아계 중 처음으로 아이비리그 명문 다트머스대 총장에 선출됐다. 또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2년 세계은행 수장으로 김 총재를 전격 발탁했다.  세계은행은 1944년 창립이래 항상 미국이 총재직을 차지해왔다. 유럽은 대신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맡으면서, 두 기관을 미국과 유럽이 이끄는 '암묵적 관행'을 만드는데 일조해 왔다.

김 총재는 취임 후 저소득국과 개발도상국 인프라 개발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왔고 지난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김 총재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과 가깝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갈등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김 총재는 내달 1일 퇴임 후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에 초점을 맞춘 민간 기관에 합류할 예정이다. 또 빈국 의료 지원을 위해 30년 전 공동 설립한 단체인 '파트너스 인 헬스'에도 다시 합류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민간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예상치 못한 것이었지만, 나는 이것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부족, 기후변화와 같은 주요 글로벌 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김효성 기자  tycoon53@tycoon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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