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원톱’ 신동빈, 내홍은 여전
야쿠자 연상시키는 父子대화에 국민 충격

지난 한 달 동안 대한민국 전체가 ‘롯데’문제로 홍역을 치뤘다. 지난달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승리하면서 일단락 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국민들 가슴속에서는 ‘시게미쓰’라는 익숙치 않은 일본성(姓)씨 하나와 야쿠자를 연상시키는 부자(父子)대화는 주홍글씨처럼 가슴속에 남았다. 왜색(倭色)짙은 이 기업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제2롯데월드에 대형 태극기를 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질녘 7호선을 타고 주변을 지나갈 때면 저물어가는 태양을 뒤로 하고 우뚝 솟아 있는 제2롯데월드가 마치 일장기를 배경하고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지난 반세기 동안 마른수건을 짜가며 벌어들인 돈을 이 왜색짙은 기업을 통해 소비했고 이 기업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매년 지주사가 있는 일본으로 배당금 형식을 빌려 송금했다. “롯데는 일본기업이 아니므니다”라고 말하며 ‘원리더’를 자처하는 그룹 총수를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본지는 롯데그룹의 폐쇄적인 지배구조와 전근대적인 방식의 제왕적 경영방식의 문제점을 면밀이 짚어봤다.

국적논란이 빚어진 다음 롯데그룹에서 초대형 태극기를 잠실 제2롯데월드에 게양한 모습(사진:롯데물산)

 

롯데그룹 성장과 특혜 의혹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상업등기
세제감면·각종보상 특혜 등 이어져

1990년 9월25일자 경향신문에서는 사회면 머리기사로 ‘롯데월드 변칙허가 특혜의혹’을 단독보도 했다.

지난달 6일 금융감독원에 발표를 통해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식회사 호텔롯데의 설명에서 롯데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1973년 5월5일 관광호텔업을 목적으로 설립돼 1979년 12월31일 일본 소재 롯데물류 등이 출자한 ‘외국인투자법인’으로 등록돼 있다.’고 밝혀 큰 파장이 일었다. 
외자 유치에 목을 매던 박정희 정부는 각종 특혜에도 성과가 없자 당시 일본에서 거대자본가로 유명세를 떨치던 신격호에게 구걸하다시피 투자를 요청했다. 지분 50% 신격호, 지분 50% 시게미쓰 다케오라는 웃지 못할 지분구조를 한국 정부가 용인하면서 5년간 소득세, 법인세, 취득세, 재산세를 전액 면제받았다. 
외투기업으로 받을 수 있는 특혜는 다 받으면서 한국롯데는 연 평균 29%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롯데그룹의 특혜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계속 됐다. 
박정희 정권때는 외투기업 특혜와 더불어 산업은행 부지와 더불어 정부가 운영하는 반도호텔을 특혜로 헐값에 매입한 것이 바로 현재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롯데백화점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에는 정권의 전폭적인 지지아래 강남개발이 본격화되면서 잠실 롯데월드 건설을 이루며 외형성장을 이뤄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때는 담배인삼공사를 인수시도 후 JP의 만류로 실패하자 그에 대한 보상책으로 청량리, 영등포 등 주요 역전사업권을 독식했다. 실제로 코레일 민자역사인 영등포 역사의 두 형제의 지분은 각각 8.7%다. 지난 5년간 영등포 롯데역사에서 받은 배당금만 732억원에 달한다.
노태우 정권때도 롯데그룹의 특혜는 이어졌다. 1991년 10월 16일자 경향신문은 ‘부산 롯데월드땅 세금 특혜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부산시는 이미 1989년에 폐지된 외국인투자촉진법을 적용해 롯데그룹이 매입한 부지 1만9000㎡에 대한 종합토지세로 2900원, 해당 부지의 건물 4000㎡에 대한 재산세로 단돈 80원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인허가 특혜와 관련돼 1990년 7월18일 한겨례 신문에서는 ‘부산 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교통영향평가’를 근거로 부산 롯데호텔 들어설 경우 도로의 차량 통행 폭증해 하루 평균 2만9000대가 오가고 인근 가야로, 서면 로터리가 완전히 막혀 교통마비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부산진구 부전동 503-15번지 옛 부산상고(現 개성고)가 당감동 백양산 아래로 옮기며 남긴 당시 시가 3000억원에 해당되던 토지는 당시 폐지됐던 외투기업 특혜를 받아 2980원의 재산세 납부만으로 세금납부가 종결됐다. 
이명박 정권하에서는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수도 방위에 치명상을 안길 수 도 있는 제2롯데월드를 서울공항 활주로까지 비틀며 허가해줬다. 그 댓가로 제2롯데월드가 주요 원인중에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송파구 일대의 씽크홀과 석촌호수 수위저하는 계속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호텔롯데의 매출 83.7% 차지했던, 3조9494억원 매출액은 면세점으로부터 나왔다. 
그러나 기부금은 지난해 3916억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27억원에 불과했다. 
한편 국내 17개 면세사업자 가운데 외국기업은 롯데가 유일하다. 

 

호텔롯데 기업공개 속내는

상장시 국민자산 4조원 일본 유출
지배구조 개편 불투명하면 가능성 높아

* 기업가치 및 예상공모금액은 국내 증권사 리서치 자료 참고

8월 19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주총 승리 이후 차갑게 돌변한 민심과 정치권의 공세를 피하기 위해 한국 롯데의 지주사격인 호텔롯데의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상장을 통해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신 회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 
전체 매출의 95%가 한국 롯데에서 만들어지는 만큼 한국롯데가 롯데그룹 전체에서 봤을 때 몸통이다. 
그 몸통을 차지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는 분석이다.
 한국롯데를 지주사로 분리하고 기업공개를 추진해 향후 신 전 부회장이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우호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다시 말해 신 전 부회장과 한국롯데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이 이번 기업공개의 핵심으로 판단해도 좋다는 전문가 의견이 상당수다. 
호텔롯데를 상장하게 되면 적어도 지분 25%를 일반주주에게 분산시켜야 하는 만큼 일본 측 지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을 주주로 받아들이게 되는 만큼 국적논란에서도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의 공모가 사례를 보면 공개지분은 30%에 불과했다.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기업공개를 하면서 상장을 자금조달 창구로만 활용했다는 의미다. 
이번에 호텔롯데와 더불어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이 롯데쇼핑과 비슷한 방식의 상장이 이뤄진다면 약 7조원의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롯데그룹의 416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데 필요한 6~7조원에 맞먹는 금액이다. 
롯데그룹측에서 연내 80%이상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상장으로 얻어진 자금의 상당액은 순환출자구조 전환에 쓰일 전망이다.
호텔롯데 상장 이후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를 합병하는 방안이 세금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주사가 자회사 최소 지분(상장사 20%, 비상장사 40%)를 확보하기 위해 지분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많은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합병을 통해 지분 확보를 세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독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L투자회사가 호텔롯데 지분 72.65%를 소유하고 있지만, 최근 신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12개의 L투자회사 지분 100%를 일본 롯데홀딩스가 소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베일에 쌓여있던 L투자회사의 연결고리가 밝혀졌다.
호텔롯데가 한국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더라도 완전한 연결고리를 끊지 않는 이상 옥상옥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울러 비상장 일본 법인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호텔롯데가 지주사 역할을 하더라도 80개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일본 상법에 보장받는 비상장 법인 이사회의 결정에 회사운영의 전반이 좌지우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현 시점에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투명화는 실천이 부재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참여로 만들어진 4조1400억원의 공모금액에 대한 운영결정권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 있다는 것이다. 이 돈들이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흘러가는데 장애요인은 없다. 단지 왜색을 걷어내고 롯데를 무늬만 대한민국 기업으로 만드는데도 우리 국민들은 4조 이상의 돈을 일본에 지불해야 하는 형편이다. 

 

재벌개혁 하나 못하나

투명성 강제할 법적 수단 없어
사외이사 거수기 불과 견제기능은 유명무실

롯데그룹 출자구조 2014(출처: 장하성 고려대학교 교수 페이스북)

문제는 호텔롯데를 상장하더라도 416개로 얽힌 순환출자구조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격양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10개의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삼성과 6개의 현대차 문제가 동시에 걸려있어 해법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광윤사, L투자회사 모두 일본 법인이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아무리 법을 새롭게 제정해도 일본법 적용을 받는 일본기업까지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재벌개혁’ 여야 한목소리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재벌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제1여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영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재벌개혁특위를 설치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권에서 롯데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한편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분 2.5%의 지분으로 황제경영과 막장드라마를 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2014년 롯데그룹 출자 구조도(당시 74개 계열사, 15년 2분기말 기준 80개 계열사로 확대)를 올려놓고 “반도체 회로도보다 복잡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롯데의 소유주를 알려면 74차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데 이 구조에 400개가 넘는 순환고리가 있기 때문에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없다”고 설명에 이어 “반도체 회보도보다 복잡한 이런 구조를 설계한 신격호 회장은 神격호 입니다”라며 강한 논조로 비판을 했다. 

사외이사 제 목소리 ‘전무’
단기간 모든 계열사를 상장할 수 없는 만큼 기업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3000억원 이상의 모든 계열사들에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이사가 이사회에서 자기 목소리를 낸 사례는 전무하다. 또 한명의 거수기를 늘리는 것이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투명성 확보 기준 불명확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롯데그룹은 80개 계열사 중 기업을 공개한 상장사 숫자는 전체 계열사의 10%에 해당되는 단 8개에 불과하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19일 “호텔롯데외에도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에 대해서도 상장을 계획중”이라고 밝히며 일본 기업 논란 불식과 함께 투명성 강화를 위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문제는 투명성 확보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전체 계열사 51개 가운데 상장사는 11개이다. 비율로는 약 22%에 이른다. 
20%가 넘으면 투명성이 확보되고 10%면 불투명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동시다발적인 상장으로 투명경영이 가속화되었다는 홍보자료를 뿌릴 수 는 있겠지만 전체 지분에 30% 남짓 기업공개를 결정하는 것은 코스피 시장에 종목숫자 하나 늘리는 것 이외에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일본으로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은 공모자금의 유출 정도만 커질 뿐일 것이란 지적이 많다. 

 

‘형제의 난’ 전망

상속재산분할부터 동시다발적 소송 예고
불리해진 신동주 협상가능성 언급하며 태도변화

자료: 금융관독원 전자공시

법조계에 따르면 비록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주총에서 승리했지만 앞으로 형제들과 신격호 회장 재산 상속 분쟁이 생긴다면 지분을 거의 증여받지 못한 신영자, 신유미씨의 몫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법정소송 준비
신 전 부회장이 이복형제들의 지지를 받아 우호지분으로 확보할 경우 향후 주총에서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이 사태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신 회장의 우호지분 확보에 절대적인 역할을 했던 하츠코 여사외에 지분 30%를 보유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던 종업원지주회(우리사주조합)가 신 회장에게 지지를 보낸 만큼 향후 특수관계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주총결과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와 종업원지주회, 이사진 및 계열사가 30%씩, 그리고 신동주·동빈 형제가 각각 2%가량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광윤사의 지분구조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3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 신씨 형제의 모친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가 20%, 신격호 회장은 10%미만,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1% 내외로 알려져 있다. 
이번 주총에서 압도적인 승리의 배경에는 우리사주, 계열사 및 이사진이 모두 신 회장의 편에 섰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광윤사 지분 20%를 보유한 하츠코 여사가 신 회장편에 서면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3%를 보유한 광윤사까지 모두 신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확보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등기변경을 통해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취임한 것과 관련 신 전 부회장이 불법으로 규정지으면서 동시다발적인 법정 소송을 예고했다. 
신 전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 심경변화를 엿볼수 있다. 주총이전 동영상과 임명장을 내밀려 롯데후계자는 본인임을 주장했지만 주총패배 이후 일본 롯데는 오랫동안 지켜본 자기가 맡는게 좋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신 총괄회장도 심경 변화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알려진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도 이에 따라 변했다. ‘일본은 장남인 본인이, 한국은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맡는 것’이 본래 아버지의 뜻이라는 말이 이 상황을 대변해준다. 경영권과 우호세력을 모두 잃은 신 전 부회장 수중에 남은 것는 롯데 계열사 지분 밖에 없다. 이 역시 이사회를 장악한 신 회장이 배당성향을 하향 조정하거나 배당을 하지 않기로 의결할 경우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배당하지 않은 내부 유보금으로 증자에 참여해 자사주를 늘릴 경우 신 전 부회장의 지분율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신 회장이 경영권 위협이 발생할 때 이사회 의결을 통해 우호세력에게 자사주를 처분하거나 스탁옵션을 부여함으로써 경영권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은 신 전 부회장의 상황을 더욱 불리하게 만든다. 

 

롯데사태 총평

신씨 형제 일본국적 이용 병역 회피
어눌한 한국어 국민정서 ‘일본기업’ 반감

자료: 금융감독원

결과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패배했다.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에 들어선 신동빈 회장과 달리 그는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며 빈손으로 귀국했다. 
삼촌인 신선호 日산사스그룹 회장, 세 번째 부인으로 공식화 되어 있는 서미경, 신 회장에 의해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여러 정황상 건강상태를 의심받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마음까지 얻는데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신(辛)씨 성을 가진 패밀리 일가를 철저히 배제한 채 매출을 4배나 키운 신 회장은 그룹내에서 임직원들로부터 가장 신망 받는 리더가 됐다. 줄타기를 잘해야 살아남는 월급 사장들은 그들을 임명한 신 회장과의 의리보다 최소한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획득이후 신(辛)씨 성을 가진 패밀리가 회사와 군림하는게 더 싫었다는 얘기가 이 과정에서 들려왔다. 광윤사 지분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롯데형제의 모친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의 표심도 둘째 아들을 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대한민국 80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 매출 83조원에 달하는 롯데그룹의 행보는 모든 것이 베일에 쌓여있다. 기업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가 비상장 회사인 것도 모자라 대한해협 건너편 섬나라에서 일어나는 대한민국 기업이라 주장하는 회사의 주총결과를 자세히 알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치권은 롯데를 향한 차가운 여론을 의식해 분주해졌다. 세무조사는 물론 공정위에서는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기업들의 지배구조, 지분구조를 공개하라는 압박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연일 롯데 사태를 계기로 재벌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연일 쏟아지던 롯데 관련 뉴스를 뒤로하고 국민들은 몇 가지 확실한 결론을 얻게 됐다. 그 동안 롯데그룹의 경영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제왕적 통치에 의해 이뤄졌으며 그가 롯데라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두 아들의 경영권 분쟁은 그 속에 어떠한 경영 철학이나 비전 없이 롯데라는 거대조직을 독차지하기 위한 재산 상속 싸움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번 사태를 통해 분명해졌다.
광복 70주년이 눈앞에 두고 일본 국적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한 초등학생 수준의 한국말을 구사하는 한국국적의 아키오와 일본어만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국국적의 히로유키는 국민들에게 많은 상실감과 박탈감을 안겨다줬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성장하면 기업공개를 한다. 그 기업공개를 통해 투자자금을 조달하고 그 투자금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그렇게 성장이 이뤄지면 고용창출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나간다. 이런 투명성을 확보한 기업에 국민 자본은 연금, 펀드, 주식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투자된다. 결국 기업과 국민이 같이 성장하는 것이다. 
롯데그룹의 성장이 국가의 성장과 국민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대한해협을 건너 섬나라 어느 은행의 개인계좌에 입금되기 바빴다. 그들은 기업을 철저히 개인 소유물로 여겼다. 그러면서도 국민과 함께 매일 호흡하는 B2C사업을 지난 반세기 동안 뻔뻔스럽게 이 한반도에서 영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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