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신년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기해년(己亥年)인 올해를 경제 성과를 체감하는 원년의 해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올해는 불평등과 양극화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 모두 발언에서 "2019년은 정책의 성과들을 국민들께서 삶 속에서 확실히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삶이 고르게 나아지고 불평등을 넘어 함께 잘 사는 사회로 가는 첫 해로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새해 첫 메시지가 올 한 해 경제정책의 성과를 내는 데 '올인' 하겠다는 것이다. 지지율 하락으로 뚜렷해지고 있는 지지층 이반을 막겠다는 절박함이 문 대통령의 발언 속에 묻어난다.

집권 2년 차까지는 사회·경제의 구조적인 틀을 바꾸는 데 노력하느라 경제정책의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임기 중반으로 접어드는 올해부터는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로 신년 인사회를 청와대가 아닌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한 것도 체감 성과를 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이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인사를 경청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 모든 중심에 '공정'과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며 "촛불은 더 많이 함께 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국민이 공감할 때까지 인내할 것이다. 더디더라도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고 끝까지 지킬 것"이라며 "어려움을 국민들에게 설명 드리고 이해당사자들에게 양보와 타협을 구하며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늘의 행복'을 강조한 것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시간의 절박함과 세대 변화의 특성을 문 대통령이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업화 시기 어머니·아버지 세대들이 '내일의 행복'을 위해 참고 견뎠던 것을 젊은 세대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내일을 위해 한평생 아끼고 살았다. 자식들을 생각하며 자신을 위해서는 잘 쓰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나라 경제가 좋아지고 기업은 성장하는데 왜 내 삶은 나아지지 않는지 힘들어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해 전 겨울, 전국 곳곳 광장의 촛불은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열망했다. 위법과 특권으로 얻어진 것을 바로잡기 원했다"면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지켜본 아들·딸들이 어머니와 아버지의 오늘과 자신들의 오늘이 함께 행복하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언급한 인내와 공감을 언급한 것은 국민의 인내가 아닌 정책을 펴는 정부의 인내를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라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매 정부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저 이제는 저성장이 일상화 됐다. 선진경제를 추격하던 경제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잘 살게 됐지만 '함께' 잘 사는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수출 중심 경제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을 이루는 성장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법으로 기업의 혁신과 정부의 새로운 산업정책을 꼽았다. 기업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을 벌이면,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선진국을 따라가는 경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야 발전도 지속가능하고, 오늘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책의 기조와 큰 틀을 바꾸는 일이다. 시간이 걸리고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불안할 수도 있다. 정부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살펴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의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개별 정책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을 호소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왜 또 내일을 기다려야 하느냐는 뼈아픈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그러나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틀을 바꾸는 과정에서의 걸리는 시간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것이 오늘의 행복으로 이어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점에 양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경제 정책과 관련해 ▲스마트 공장 3만개 보급 ▲스마트 산단·스마트 시티 모델 조성 ▲데이터·인공지능·수소경제·자율주행차 등 혁신성장을 위한 예산 투입 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성장을 위해 기술혁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며 '신 산업 규제 샌드박스'의 본격 시행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는 별개로 사회 정책의 영역에서 사회안전망을 확보해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노력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근로장려금(EITC) 확대 ▲카드수수료 인하 ▲골목상권 적합업종 지정 등 자영업자 지원 ▲공공부문 정규직화 촉진 ▲안전·위험분야의 정규직화 적극 추진 등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정책방향을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면서도 "정책을 흔들리지 않는 법과 제도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노동자, 지방자치단체,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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