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동안 10대 재벌 중 8곳이 소유·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가 28일 발표한 '2018년 대기업집단의 자발적 개선사례'에 따르면 올 한 해 동안 공시대상기업집단 60곳 중 15개 집단에서 자발적으로 개선안을 내놓거나 이미 완료했다.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 축소 등 내부거래 개편, 순환출자고리 해소 등 소유구조 개편, 사외이사 기능 강화 등 지배구조 개편 등 세 가지 유형이다.

10대 집단 중에선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GS·한화·현대중공업 등 8개 집단이 구조개편을 이미 올해 완료했거나 추진 계획을 내놨다.

10대 미만 집단 중에선 LS·대림·현대백화점·효성·태광·SM·현대산업개발 등 7개 집단이 구조개편안을 발표·추진했다.

◇LG, 판토스 지분 외부매각…GS아이티엠, 한화에스앤씨, 지흥 등은 PEF 매각먼저

내부거래 개편의 경우 SK·LG·GS·한화·대림·태광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처분하거나 축소했다.

SK와 LG는 총수일가가 각각 24.0%, 19.9%씩 갖고 있던 계열사 SK디앤디, 판토스의 지분을 외부매각하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LG의 경우 총수일가가 직접 지분을 갖고 있진 않지만 지주회사 ㈜엘지를 통해 갖고 있던 서브원의 전략구매관리(MRO)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했다. 이어 신설회사 지분의 50% 이상을 내년 상반기 외부에 매각할 계획이다.

GS는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다 갖고 있던 계열사 엔씨타스를 아예 청산했다. 또 시스템통합(SI)업체인 계열사 GS아이티엠은 외부 사모펀드(PEF)에 매각해 기존 지분 80.6%에서 16.1%까지 낮출 계획이다.

한화는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한화에스앤씨를 지난해 물적분할했고 그 다음 한화시스템과 합병하거나 지분을 PEF에 파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마찬가지로 지분 100%를 갖고 있었던 태경화성은 아예 청산했다.

대림은 부동산컨설팅업체 에이플러스디를 다른 계열사(오라관광)에 증여했고 태광은 티시시의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지분을 계열사(태광산업)에 무상증여하고 다른 계열사(태광관광)에 합병시키는 방식으로 처분했다.

한편 대림은 총수일가 지분이 100%이던 계열사 켐텍에 대해 지난 4월부터 신규 계열사 거래를 중단시켰다. 그밖에도 LS, 대림, 현대백화점은 주력 상장사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신설하는 식으로 내부거래 관련 개편작업을 했다.

◇올해 순환출자고리, 4개 집단 31개

지난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곳들 중 올해 말까지 남은 순환출자고리는 현대차·영풍·SM·현대산업개발 등 4개 집단의 31개다.

순환출자는 같은 기업집단에 소속된 3개 이상의 계열회사들이 모두 계열출자로 연결돼 있는 관계를 말한다. 예를 들어 A회사는 B회사에, B회사는 C회사에, 다시 C회사는 A회사에 출자하는 원 모양의 계열출자관계다.

올해 삼성·롯데·현대중공업·대림·현대백화점 등 5개 집단은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했다. SM은 87.6%(162개 고리)를 해소했고 현대산업개발은 1개를 해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주회사로 체제전환을 완료했고 효성은 추진 중에 있다.

LG는 그룹 내 유일했던 지주체제 밖 계열사 '지흥'의 총수일가 지분 전량을 외부매각했다. 이에 따라 100%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롯데와 LS도 체제 밖 계열사 롯데케미칼, 가온전선을 각각 지주 안으로 들였다. LS는 또다른 체제 바깥 계열사 예스코를 투자부문(예스코홀딩스)과 사업부문(예스코)로 물적분할한 뒤 예스코홀딩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SK는 지주회사 산하의 자회사 두 곳이 공동출자해 만든 손자회사 '행복나래'를 단독 증손자회사로 전환시켰다. 복수 자회사가 같은 지분율로 공동출자해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되진 않지만 계열사간 위험전이 가능성, 소유구조의 투명성 저해 등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일반주주 공모로 이사 선임…SK하이닉스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지배구조 개편사례는 3월달 주총시즌을 맞아 상반기에 주로 이뤄졌다. 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사외이사 기능 강화 등이다.

SK와 한화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했다. SK는 ㈜SK·SK이노베이션·SK텔레콤에, 한화는 한화생명·한화손보·타임월드 등에 도입했다. 한화는 이로써 그룹 소속 모든 상장사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게 됐다.

삼성·현대차·SK·LS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삼성은 삼성전자·물산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위원 전원을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선출했다.

LS는 ㈜LS·LS산전의 사추위원장을 기존 사내이사에서 사외이사로 바꿨다. 현대차는 현대글로비스의 주주권익 보호담당 사외이사를 일반주주들에게서 공모해 선임하기도 했다.

SK는 SK㈜와 SK하이닉스에 '선임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했다. 사외이사의 대표자가 나서서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전달하는 제도다.

◇공정위 "'비가역적 변화'"…김상조, 새해에 대기업 총수들 만난다

지난 1년간의 변화에 대해 공정위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재벌개혁과 관련, "비가역적 변화가 시작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해소한 순환출자를 다시 만들 순 없고 강화한 사외이사 권한을 다시 무력화하기도 힘들다. 이미 판 총수일가 지분을 다시 사는 것도 쉽지 않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비가역적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총수일가가 갖고 있던 지분을 PEF에 판 경우에 대해선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GSITM, 한화에스앤씨, 지흥 등이 PEF에 판 경우다. 신 국장은 "계약조건에 물량을 보전해준다거나 나중에 되살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과연 진짜 매각이 맞느냐는 의심이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거래 문제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축소도 있고 아예 청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공정위의 법 집행만으론 다 해소할 수 없다"며 "현재 하는 수의계약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는지 등을 개별 기업의 이사회에서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새해에 대기업과 만날 계획이다. 신 국장은 "(시기를) 상의중에 있다"며 "10대 그룹과 만날지 그 하위 기업들과 만날지 등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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