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년째 '총수 없는' 시무식…현대차 정의선 첫 신년사 '주목'

국내 5대 그룹이 2019년 기해년(己亥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할 공통된 화두는 '위기 속 기회 발굴'과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통상전쟁, 글로벌 금융시장 급변동에 근로시간 단축, 내수 침체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동시에 혁신과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느냐가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은 이른바 'G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도 악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들은 무엇보다 '생존 전략'에 경영의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은 내년 1월 2일 그룹 차원 혹은 계열사별로 일제히 '2019년 시무식'을 열고 새해 경영에 시동을 걸 예정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그룹 차원의 신년 하례식을 하지 않고 계열사별로 시무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5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동일인 지정에 따라 공식적으로 '그룹 총수'가 됐지만 내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데다 그룹이 사실상 해체된 상황이어서 신년사를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의 경우 경기도 수원 본사에서 시무식을 개최할 예정으로, 3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선임인 김기남 부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다짐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 둔화, 스마트폰·가전 시장의 경쟁 격화 등 전례 없는 악조건이 예상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한 임직원들의 분발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탄탄한 사업구조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함으로써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고도화 노력을 통해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6년까지는 정몽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 계열사 통합으로 시무식을 열었으나 지난해부터는 계열사별로 진행하면서 사내망을 통해 정 회장의 신년사만 발표했다.

올해도 정 회장이 내부망에 신년사를 올릴 가능성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경영 전면에 나선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처음으로 신년사를 직접 발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 부회장이 지난 12일 단행한 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명실상부한 '정의선 체제'를 갖춘 만큼 그룹 대표성을 끌어올리고자 시무식 연단에 서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를 겪은 현대·기아차의 신년사는 심기일전을 당부하는 내용이 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을 'V자 회복'의 원년으로 삼도록 미국, 중국 등 주력 시장에서 경쟁력 회복에 집중하고 내실 다지기에 나서자는 당부와 각오가 담길 전망이다.

또 내년 판매 목표를 공개하는 동시에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도전과 혁신을 독려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신년회에서 내년 불투명한 경기상황에 대비한 엄중한 태도와 함께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동시에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글로벌 경기 전망으로 미뤄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인식에 따라 대응책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지속적인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등 기업 본연의 책무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주문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경기의 다운턴(하강국면) 진입 시 타개책, 국제유가 변동에 따른 에너지·화학 부문 리스크 관리, 5G 시대 본격화에 따른 선점 전략 등을 주문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부터 변화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딥 체인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두 축으로 하는 '더블 보텀 라인'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새로운 총수를 맞은 LG그룹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시무식을 열고 새해 새 다짐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거와는 달리 주요 임원진뿐 아니라 생산직, 연구직 등 다양한 직무의 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지난 6월말 취임 이후 고민을 거듭해 설정한 경영 좌표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첫 현장 행보로 지난 9월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미래준비 전략'을 주문했던 구 회장은 신년사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자동차부품과 로봇, 인공지능(AI), 배터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5G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을 발굴하고, 국민과 사회로부터 더욱 신뢰받기 위해 사회공헌과 상생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새해 신년사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사회적 가치 창출'이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뉴 비전'과 큰 틀에서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그룹 전반의 디지털화로 4차 산업혁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그룹의 위상을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유통 부문에서 이커머스의 역량을 업계 1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새해 목표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신설된'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통해 유통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면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다는 점을 고려해 글로벌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목표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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