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기조는 조금도 후퇴하지 않았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저녁 세종시 인근 식당에서 출입기자단 송년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정책은 시장 수용력을 감안해 속도조절의 여지를 줬지만 소득주도성장은 거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며 "생활비나 경영비용의 절감, 이전지출을 통한 가처분소득 증대 등 소득주도성장의 나머지 부분은 오히려 더 강화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단 한 번 거론됐다. 대신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등 분야가 주요 내용으로 등장해 여러 언론들은 "소득주도성장이 후순위로 밀려났다"고 보도했다. 또 특히 김 위원장의 분야라 할 수 있는 공정경제 역시 "뒤로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현 정부 경제정책이 전환됐느냐,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후퇴한거냐 등의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고 이에 정부가 어떻게 방어할지 경제정책방향 발표 전부터 관계부처 장관들 사이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논의 결과는) 5년간의 정부 정책기조는 일관되게 유지됨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다만 매년의 경제정책방향는 그 당시 경제환경에 따라서 조절하는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내년도 단기 경제정책으로서 경제활력에 방점을 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경제와 관련해선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의 내용을 경제정책방향에 3분의 1씩 반영하는 게 올바른 방향은 아니다"라며 "공정경제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제도적 인프라로 위치시켜야 한다고 정리를 했다"고 말했다.

해가 바뀌면 임기 3년차를 맞는 김 위원장은 그는 내년 공정위의 정책방향에 대해 "시급한 제도개선 과제는 1~2년차에 거의 나왔다"며 "이젠 또 다른 제도보단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의 성과를 낼 때"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총수일가의 부당한 일감몰아주기 혐의가 적발된 하림·태광·대림·금호아시아나그룹 건을 내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뒤, 이와 관련 "법집행이 단순한 제재에 그치지 않고 업계의 관행변화로 이어졌는지를 점검해 실질적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타 부처 규율과의 연계나 공정위를 넘어선 범부처적 협업과제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며 "공정위가 제재를 하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와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에 의한 감독장치들이 작동되는 등 타부처 규율과의 연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장기과제인 재벌개혁에 대해선 "올해 순환출자 고리가 대부분 해소되는 등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 변화가 시작됐다"면서도 "아직도 멀고 멀었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정부와 기업의 건전한 관계가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한 데 대해선 "윤 수석이 조금 과장되게 말했다"고 했다.

한편 그는 내년 1월부터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로 바꾸겠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종종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통해 신념이나 메시지를 전해왔다. 자신과 각별한 사이에 있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됐을 땐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잊지 말고 기억해요)'를 선택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사람들은 떠들기만 하고 진의를 표현하지 않는다(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듣기만 하고 경청하진 않는다(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등 이 노래의 일부 가사를 소개하며 "최근 우리사회가 둘로 쪼개져 소통자체가 불가능한 사회로 되돌아간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가 쉽지 않은 상황에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체 발전으로 나아가려면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차이를 인정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국회에 넘어간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대해선 "세간의 관심이 기업집단 규율이나 전속고발제 개편 등에만 쏠려 있다"며 "혁신성장 분야나 기업의 방어권을 제고하고 공정위 법집행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절차 부분도 잘 전달해줬음 한다"고 말했다.

또 전속고발제 일부폐지에 따른 이중조사 가능성 등 재계 우려에 대해선 "시행령 등 하위규정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우려를 해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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