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2일 그룹 부회장·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본격적인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시대의 막을 열었다.

이번 인사는 '친정체제 구축', '세대교체', '순혈주의타파'라는 3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정의선 체제 전면에

재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3세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80세 고령으로 최근 2년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무역전쟁의 여파로 현대차가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그룹의 위기상황이 이어졌지만 정 회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영승계가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9월 정 부회장이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현대차그룹에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지난달 16일에는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으로 중국 사업을 전담해 온 대만계 화교 출신 설영홍 상임고문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12일 인사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실질적 '2인자'로 불려온 김용환 부회장이 현대제철로 자리를 옮겼다.

정몽구 회장의 눈과 입 역할을 하던 측근들이 물러나고 명실상부한 정의선 체제가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알짜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합병 등 경영승계를 위한 실질적 절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50대 사장단 전면으로

이번 인사의 또다른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커넥티드·친환경·전동화 등 미래자동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계열사 사장단을 대거 등용했다.

신임 현대로템 대표이사에 내정된 이건용(58) 부사장을 비롯해 현대다이모스-현대파워텍 합병 법인의 여수동(57) 사장, 신임 현대오트론 문대흥(58) 사장, 현대케피코의 방창섭(58)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등은 모두 50대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에서 50대 사장들이 대거 기용되며 그룹의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지고, 미래 혁신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구개발 총책임자에 외국인 임원…사상최초

또다른 변화는 '순혈주의 타파'다. '폐쇄적', '순혈주의'라는 평가를 받아온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연구개발 총책임자 자리에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임원을 앉혔다.

현대차그룹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운 알버트 비어만 신임 본부장은 2014년 말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의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로, BMW 고성능차 개발 총괄 책임자 출신이다. 비어만 본부장은 2015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후 신차의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했고, 고성능차 사업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

비어만 본부장은 적극적인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본부의 일하는 방식 변화를 주도, 정 수석부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IT 기업보다 더 IT 기업' 같은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어만 본부장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 카 등 혁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새로운 연구개발 조직문화 정착을 이끌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 유럽, 인도, 중국 등 글로벌 현지 R&D 조직들과의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촉진해 연구개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역할도 맡게 된다.

그룹 관계자는 "실력 위주의 글로벌 핵심 인재 중용을 통한 미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며 "향후 외부 인사 영입과 오픈이노베이션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