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62) 코오롱 회장이 29일 "천재들의 놀이터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청년 이웅열로 돌아가 창업의 길을 가겠다'며 깜짝 사퇴선언을 한 그는 29일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창업 아이템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제는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차리더라도 내가 직접 CEO는 안 하고 싶다"며 "직접 회사를 차릴 수도 있고, 투자자로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단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싶다. 여행은 창업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가본 이후로 제대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에 잠깐 가서 젊은 친구들을 4~50명 만났었는데, 엄청 똑똑한 사람들이 많더라"며 "많이 만나서 얘기들을 나누고 싶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천천히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며 "창업의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그 모든 것들을 앞으로 행동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외아들 이규호 전무(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내정·35)에 대해서는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이 되야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다"며 "나는 기회를 주는 거다. (아들은) 현재 주요회사 지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에게 '하루를 일주일처럼 살라'고 말한다"며 "자기가 무언가 맡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회장을 맡고나서 23년간 회의시간에 단 한 번도 졸아본 적이 없다"며 "아들에게도 '안 졸 의무는 있어도 졸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퇴 후 경영권 관여와 관련, "국내에 있으면 이래저래 나를 찾을거 같아서 당분간 해외에 나가 있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고 이동찬 회장)한테 물려 받고 나서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경영상의 지시도 없었다. 처음 인사를 들고 여쭤보러갔더니 안 본다고 하셔서 혼자서 처리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주로서의 책임에 대해서는 "경영진이 정말 잘 못할 때, 피치못할 때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 CEO들은 이미 미래에 대해 상당히 많은 투자를 해와서 경험이 많다. 오히려 내가 없으면 더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퇴임을 결심한 계기에 대해 "제가 따라가는 속도가 늦더라. 임원인사 명단을 받았는데 내가 모르는 인물들도 있더라"며 "지금 아니면 더 늦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회사에서 중장기 전략을 보고 받았는데 솔직히 너무 슬펐다. 1년에 한 번 하는 행사처럼 준비하더라"며 "나 때문에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 퇴임 결심을 더 굳혔다. 변화를 위해 모멘텀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 의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원 4명 정도가 사전에 퇴임 사실을 알았고, 6개월 전부터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회장직을 수행하며 가장 어려웠던 사안으로 '노조'를 꼽았다. 그는 "노사문제가 제일 힘들었다"며 "몇몇 임원들과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하고 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체력이 좋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니며 꾸준히 직원들을 만난다"며 "한때 우리집으로 노조원들이 밤에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집에 키우던 개부터 단속 시켰다. 혹시 노조원들을 물까봐"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서로 너무 좋아졌고 생산성도 높아졌다"며 "직원들과 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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