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른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의미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앞장서 이끌고 있는 것이다.

17년간 공들인 바이오 분야의 신약 개발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노크한데 이어 1조원이 넘는 자동차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키로 하는 등 숨가쁜 확장 행보를 펼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전기차 배터리 핵심부품 업체에 선제적으로 2700억원을 투자하면서 전기차 관련 부품·소재 사업을 확대하는 등 관련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앞서 SK그룹은 향후 3년 동안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헬스케어 ▲차세대ICT ▲미래 모빌리티 등 5대 중점 육성 분야 등에 8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바이오, 에너지 등에 대한 사업 경쟁력을 높이면서, 미래먹거리인 4차 산업에 대한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SK㈜는 27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 필수부품인 동박(Copper Foil)을 제조하는 중국 왓슨(Wason)사 지분(약 2700억 원 규모)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SK㈜는 중국 1위 동박 제조업체의 2대 주주가 된다.

SK그룹은 전기차 관련 부품·소재 사업을 확대를 통해 새로운 라이프, 운송 플랫폼이 될 모빌리티를 활용한 사업기회 발굴에 나서고 있다.

SK 주력3사인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는 내년 1월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19'에서 공동 전시 부스를 마련, 'SK의 혁신적인 모빌리티(Innovative Mobility by SK)'라는 테마로 그룹의 모빌리티 기술 역량을 한데 모아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에너지·화학 업계 최초로 CES에 참가하는 SK이노베이션은 전기배터리 분야를, SK텔레콤은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단일광자LiDAR(라이다), 차량이 수집한 도로정보 'HD맵 업데이트' 등 자율주행기술을 소개한다. SK하이닉스는 모빌리티 기술 혁신에 필수적인 메모리 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동남아시아판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의 앤소니 탄(Anthony Tan) 대표와 만나 사업영역이 무한하게 확장되고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플랫폼의 미래 비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될 HD T맵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에는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히어(HERE)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중이다. SK(주)는 SK㈜는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쏘카와 합작해 ‘쏘카 말레이시아’ 출범식을 열고 현지 최대 규모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기존 주력 반도체 분야는 SK하이닉스가 선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중심으로 신규 공정을 확대 적용, 성장하는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D램은 작년말 PC제품부터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제품을 모바일과 서버까지 확대 적용하고, 신제품을 통해 고성능 제품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방침이다. 낸드플래시는 72단 3D낸드의 비중 확대를 통해 기업용 SSD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한편, 차세대 솔루션 제품 판매 확대로 모바일 시장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신산업 분야는 LNG, 태양광 등 친환경∙신재생 발전 분야에 투자를 확대한다. 또 ICT 역량을 접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효율화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시스템 사업 육성에 나선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동력인 전기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헝가리 소재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에 착공했으며, 2020년 초에는 유럽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양산 공급을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증평 공장에 분리막 설비 12·13호기 증설도 진행 중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합성신약∙백신 개발을 통해 뇌전증과 독감, 폐렴 등 프리미엄 백신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하고 전문의약품 생산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SK(주) 자회사 SK바이오팜은 최근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세노바메이트의 신약판매 허가 신청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국내 기업이 독자 개발한 신약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FDA에 직접 판매허가 신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는 세노바메이트가 FDA로부터 판매허가를 받게 되면 2020년 상반기 내에 미국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고부가가치 원료 의약품을 생산해 노바티스·BMS·화이자·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아일랜드에서 총 40만 리터급의 원료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SK㈜는 지난 7월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앰팩(AMPAC Fine Chemicals) 인수를 결정했다. 앰팩은 미국 내 3곳의 생산 시설에서 항암제와 중추신경계·심혈관질환 치료제 등에 쓰이는 원료 의약품을 생산한다.

차세대 ICT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할 5G 네트워크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New ICT Business'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5G 이동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로보틱스∙스마트홈 에너지관리솔루션 등 새로운 사업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회장이 최근 글로벌 보폭을 넓히면서 ‘차세대 먹거리’ 개발을 위해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며 "주력 반도체에 바이오, 전기차 부품·소재 등 모빌리티, ICT 등을 중심으로 SK만의 특수성을 살려 국내외에서 돌파구를 모색하며 근본적인 변화를 꿰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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