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가 '형제의 난'과 관련해 동생 박찬구(67) 회장이 대표로 있는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을 형 박삼구(70)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아시아나 소속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황병하)는 박삼구 회장 및 금호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금호석화의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23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4월 및 올해 4월 기준으로 금호석화 주식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며 "박삼구 회장이 박찬구 회장을 통해 금호석화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공정거래법 및 그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기업이 한 기업집단 소속으로 인정 받으려면 기업집단 지배자 또는 관련인이 해당 기업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보유한 최다출자자여야 한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삼구 회장은 물론 동생 박찬구 회장과 그 자녀 박준경·철완·주형 남매가 보유한 금호석화 주식 역시 지난 4월 기준 24.38%에 불과한 점을 고려, 금호석화가 박삼구 회장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2010년 금호아시아나 소속 계열사들이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편입된 후부터 금호석화와 금호아시아나의 분리·독립경영이 계속 이뤄져온 점 ▲2010년 이후 금호석화 등이 금호아시아나 계열회사들과 신입사원 채용절차를 별도 진행하는 점 등을 동일기업이 아닌 근거로 제시했다.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 주식 12.61%를 아직 보유하고 있는 점에 관해선 "소유구조상 금호석화와 금호아시아나의 연결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진 않았지만 이 같은 점만으로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인정하긴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려던 지난해 3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서 금호석화가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등 오히려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동기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0년 2월 동생 박찬구 회장 요청에 따라 금호석화를 계열분리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 당시 합의내용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금호석화 주식을, 박찬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각각 완전 매각해야 한다.

박삼구 회장은 합의내용에 따라 같은 해 3월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듬해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주식을 전부 매각했다. 그러나 박찬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미루면서 금호아시아나 그룹 측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상호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4월과 지난 4월 공정위가 금호석화 및 금호피앤비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티앤엘, 금호폴리켐, 금호알에이씨, 금호개발상사, 코리아에너지발전소를 금호아시아나 그룹 소속회사로 보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하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저작권자 © 타이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