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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관의 '경영 이야기'삼성 신 경영의 기로, 이건희 회장은 밀어붙였다
타이쿤포스트 | 승인 2018.11.18 06:46

위기의식, 어떻게 공유할까요. 개혁의 첫 분수령은 위기의식의 공유입니다. 구성원들의 의식개혁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의식개혁은 과거의 성공스토리 부정과 자족감, 자만심에 대한 자기오류의 인정을 출발점으로 합니다. 개혁이 대부분 이 첫 분수령에서 주저앉는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밟습니다.

제일 먼저, 앞서 이야기했듯 핵심인사(삼성전자, 삼성항공, 중앙일보, 비서실팀장)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해 쇼핑을 시킵니다. 우리 제품이 세계시장에서 삼류인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들고, 일류제품과의 비교를 통하여 그 갭을 확인토록 합니다.

다음은 사장단 전부를 몇 차례로 나눠 국내가 아닌, 먼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많은 경비와 시간을 감내하면서 오게 합니다. 무엇인가 아주 주요한 얘기, 그룹의 중요한 방향이나 전략을 얘기하려는구나 생각이 들어 자연히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밤 9시부터 새벽 2, 3시까지 이 회장 스스로 우리 그룹의 제품은 전부 삼류이며 그룹의 운명이 풍전등화인데 이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책합니다.

세계 1류제품만이 살아남을 수 있으므로 국내에서 매출을 얼마나 올렸느냐 하는 양적인 지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하나를 만들어도 세계일류를 만드는 질 위주 경영이어야 한다는 신 경영 방향을 제시합니다. 이대로 가다가 그룹이 망하든, 신 경영을 실패하여 망하든, 결국은 마찬가지 아닌가. 그럴 바에는 우리 모두 후회없이 최대한 노력이나 해보자고 설득합니다. 이어서 그룹에 어떤 대기업병이 있는지, 양 위주 경영의 구체적 사례와 앞으로 질 위주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이며 구체적 액션플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등에 대한 분임토의를 한 후 발표, 토론케 합니다.

이후 중역들을 전부 프랑크푸르크, 도쿄 ,오시카 등지로 나눠 오게 한 후 사장단 때와 같은 내용의 설득과 토론을 합니다. 지금까지의 경영방침, 경영전략 등 모든 것을 다 바꾸자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는 다 바꾸자"는 것입니다.
 
구 체제의 특징은 국내시장 보호라는 보호막 속에서 국내 기업끼리의 싸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만들면 팔리는 생산자 위주의 시장, 노동력 과잉으로 양질의 저임 노동력 확보가 가능했고 이를 무기 삼아 생긴 글로벌 경쟁력입니다. 구 체제 하에서는 누가 먼저 신제품을 빨리, 그리고 가능한 한 많이 생산하여 시장을 선점하느냐가 경영의 핵심이었습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느 회사가 보다 빨리 그리고 조건이 좋은 큰 자금을 은행 등으로부터 빌려오는가, 그리하여 공장을 빨리 짓고 대량생산하여 시장에 먼저 대량판매하느냐가 경영의 관건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생산량과 판매량을 중시하는 '양' 위주 경영과 자금조달, 자금관리와 세무관리 기능을 담당하는 관리부서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면서 '관리의 삼성'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영환경이 180도 변합니다. 국내시장에 대한 보호막이 없어지고 세계시장이 하나로 통합되어 세계기업과 치열한 경쟁을 합니다. 이에 따라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생산자 위주가 아니라, 반대로 소비자 중심 시장으로 변합니다. 평균 수준의 보통 상품을 빨리 만들어내는 평균기술과 능력을 가진 노동력보다 세계일류를 만들 수 있는 일류인재, 두뇌가 필요하게 됩니다.

 세계 일류인재, 그것도 기술, 연구개발, 디자인 등 분야의 일류인재를 육성 또는 영입하여 품질, 성능, 콘텐츠, 디자인 등 종합적인 면에서의 일류제품이 아니고는 경쟁력을 지닐 수 없는 질 위주 경영으로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경영 관행과 의식은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습니다. 관성의 법칙이란 것이 있지 않습니까. 한두번 회장의 방침설명, 지시 등이 있다고 하여 과거 수십년간 생각하고 행동해 왔고 머리에 박혀 있는 경영 방식이나 관행, 경영관이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룹 전체가 방황하였습니다.뿐만 아니라 불평과 불만의 소리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불철주야 열심히 노력, 고민하면서 국내 제1이라는 고지에 겨우 올라섰는데 갑자기 이제 와서 전부 버려라, 다 바꿔라, 지금까지 잘못했다고 하는데 뭘 잘못했다는 것이냐",
"지나친 이상주의이고 현실과 궤리된 말만 한다. 질 경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양과 질의 조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 신 경영도 성패의 갈림길에 서게 됐습니다. 앞으로 계속 밀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할 것인가.

이건희 회장은 치고 나갑니다.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조치를 취하여 어떤 희생을 감내하더라도 신 경영, 즉 질 위주경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전 그룹에 표명합니다.
 
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합니다. 그룹 각 사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해 왔고 구체제에서 핵심기능을 수행해 왔던 관리본부장 전원을 현업에서 손을 떼게 하고 장기 교육과정(6개월 내지 3개월)에 편입시킵니다. 몇 차례 지시했음에도 품질 하자가 시정되지 않는 구미공장 창고에 있는 무선전화기 전부를 전 공장 직원이 보는 앞에서 공장 운동장에서 불질러 버립니다.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행합니다. 이런 조치로 신 경영, 삼성 개혁운동은 탄력을 받으며 본 궤도에 오르게 됩니다.  신 경영의 구체적 실천사례와 성과를 살펴 보겠습니다.

'1사 1품' 운동은 각 사가 세계 일류제품을 최소한 1개 이상 만들자는 것입니다. 반도체, 스마트폰, TV 등 디스플레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2차 전지, 해상 석유시추플랜트, 초고층건물 시공기술 등 현재 삼성이 먹고 살아가는 대부분이 이때 이 운동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글로벌 인재 채용시스템을 구축합니다. 매년 미국 하버드와 스탠퍼드 등 세계 일류대학 출신들을 계획적으로 채용하여 그룹 각 사의 주요 현안이나 프로젝트에 참여시켜 의견을 제시케 하는 등 활용합니다.

지역 전문가 제도(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제도)를 도입합니다. 해외 지역 전문가 양성을 위하여 1, 2년 해당지역에서 생활하면서 그 지역의 문화와 관습 등을 현지에서 직접 체험 습득케 합니다.

협력업체와의 공생도 있습니다. 질 경영 실현에 중요한 것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입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나 TV 등이 일류가 되려면 그 부품을 만드는 협력업체가 일류부품을 만들어 납품해 줘야 하는 것입니다. 또 일류 아파트를 만들려면 실제 현장에서 작업하는 시공 협력업체의 시공기술과 공정관리 등이 일류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호텔 요리, 예컨대 생선회 맛이 일류가 되려면 그 호텔 조리사의 조리솜씨도 중요하지만 생선을 납품하는 거래처가 싱싱하고 제일 좋은 생선을 그 호텔에 우선적으로 납품해 줘야 합니다.

이와 같이 협력업체는 법인격은 다르나 실질적으로는 본사의 제품, 서비스의 품질과 경쟁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일류제품을 만들자는 질 위주 경영실천을 위하여는 일류 협력업체가 필수조건입니다. 그래서 협력업체를 본사와 같은 가족으로 보고 그 만족도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고객만족도지수(CSI)와 같은 중요도를 두고 협력업체만족도(FSI)를 회사 평가의 주요항목으로 하여 실천하였습니다.

삼성 신 경영의 성과는 주지하시다시피 괄목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세계 삼류회사가 일류대열에 끼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현대, LG 그룹과 큰 갭이 없었습니다만 격차가 더 벌어졌습니다.

재미있는 얘기가 있습니다. 저의 대학동창생이 공공기관의 유럽 본부장이 되어 파리에서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 아들이 "삼성이 일본회사냐 한국회사냐"고 물어서 그걸 왜 묻느냐고 했더니 "오늘 학교에서 친구들과 내기를 했는데 다른 애들은 다 일본회사라 했고 나 혼자만 한국회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일반 외국인들은 한국, 코리아는 몰라도 삼성은 안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게 바로 신 경영의 성과입니다.

기업의 평균수명이 30년이라는 사람도 있고 50년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고, 왜 그런 병에 걸리느냐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삼성 신 경영 사례에서 우리는 자족감, 자만심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현실안주', '무사안일'이라는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극히 예외적인 경우(개혁, 혁신이라는 극약처방의 성공)를 제외하고 기업은 사망한다는 것을 봤습니다.

이는 비단 기업에 국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모든 기업, 국가, 자치단체 등 조직에 다 적용되는 처방입니다.

타이쿤포스트  tycoon@tycoonpo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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