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항암제들을 건강보험에 등재하지 않아 암환자들이 비급여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해도 정부가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항변했다.

 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MSD, BMS&오노, 로슈는 올해 상반기 7개 암종의 15개 항목에 대해 급여 확대를 신청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건강보험(건보) 적용 확대를 논의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산하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올해만 세 번이나 연기되는 끝에 지난 31일 겨우 열렸지만 건보 적용 확대에 대한 결론은 결국 도출되지 못했다. 말기 암 환자의 희망인 면역항암제의 보험급여 확대의 적정성을 어렵사리 논의했지만 여전히 난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다국적제약사들이 보험급여 신청을 했음에도 보건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급여 확대가 미뤄져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심하고 내성이 생기던 기존 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면역 기능을 강화해 암을 극복하도록 돕는 차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옵디보, 키트루다, 티쎈트릭 등 총 3개로 일부 비소세포폐암(키트루다·옵디보·티쎈트릭), 방광암(티쎈트릭), 흑색종(키트루다·옵디보) 환자들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기는 하다.

 문제는 현재 급여 적용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여서 극소수만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더 많은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티쎈트릭은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를 활용한 1차 치료에 실패한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환자들에게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면역항암제다. 그러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대상은 30% 가량에 불과해 나머지 70%의 환자들은 비싼 약값 때문에 치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다. 면역항암제 투여 비용은 회당 최소 200만~300만원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면 암 환자들이 100%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는 암 환자들도 면역항암제의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바라고 있다. 위암, 신장암, 두경부암, 호지킨림프종 등 대부분 오랫동안 치료제 개발이 더뎠던 암종이 그 대상이다. 특히 국내 암 발생률 1위인 위암의 경우 옵디보의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확대되면 3차 치료에서 생존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정부가 면역항암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양한 암종의 환자들이 고가 면역항암제를 쓰게 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는 면역항암제 급여 확대와 관련해 환자와 국회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마다 건강보험 재정을 근거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달 초 국정감사에서도 "전문가 의견 수렴과 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최대한 신속하게 급여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면역항암제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면 정부가 암 환자들이 내던 비용의 95%를 부담해야 해 건보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면역항암제는 부작용이 낮고 치료 효과가 있을 경우 장기 생존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적용 대상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는 더 많은 환자들이 면역항암제의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을 확대하려면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 뿐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복지부라는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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