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감리 심의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18.10.31.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금융감독원의 재감리 안건을 다음달 14일 정례회의서 다시 다루기로 했다.

 금융위는 31일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오늘 증선위 회의는 밤 11시 전후로 종료될 예정"이라며 "다음 회의는 11월14일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선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재감리 안건을 정례회의에 상정,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오전 금감원 보고와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및 회계법인 의견 청취를 진행한 증선위는 저녁 무렵부터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해 특정 쟁점별로 양측이 각자의 주장을 펼치는 실질적 대심제 형태로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밤 늦게까지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증선위원장인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도 회의장 입장 전 기자들과 만나 "공정하게 심의할 것"이라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저녁 늦게까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준다는 방침이었던 만큼 이날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다음 회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증선위는 통상 격주로 수요일에 열린다. 다음 정례회의는 11월14일이다.

 일각에서는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조기에 임시회의가 소집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증선위는 다음번 정례회의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그만큼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간 논리 대결이 팽팽해 증선위로서도 양측 입장을 검토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증선위에 출석하기 위해 금융위를 방문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선을 다하겠다"며 "충분하게 회사 입장을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금감원은 2011년부터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직전인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 변경으로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과정에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지난 5월 중징계를 의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이 회사의 지분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바꾼 게 뚜렷한 근거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증선위는 두 달여에 걸친 논의 끝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등의 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결론내리고 담당 임원 해임권고와 감사인 지정, 검찰 고발 등의 제재를 의결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부분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채 금감원에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한 재감리를 요구했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2015년 회계변경 부분 외에 2012~2014년 회계처리 부분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또 금감원 조치안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 회계 처리 기준을 변경한 것을 지적하면서도 종속회사와 관계회사의 두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이 맞는지를 제시하지 않아 위법행위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증선위는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증선위 지적을 수용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2014년 회계처리에서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분류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결론을 내렸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2~2014년 자회사 회계처리 방법을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보기로 정리하고 증선위에 보고했냐'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일단은 그쪽 내용(증선위 요구)을 수용하는 쪽으로 했다"며 "(증선위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하며 2015년에 이를 바로잡았더라도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데 자회사 지분가치를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꾼 것은 잘못이라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날 금감원은 지배력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서는 안되며 따라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를 뒤늦게 관계회사로 회계처리하면서 지분을 재평가한 것은 '가치 부풀리기'라는 논리를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에 맞서 2012~2014년에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50%-1주'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낮았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또 지난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를 가정해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것을 두고 지배력에 아무 변화가 없기 때문에 분식회계라는 입장을 취했던 금감원이 이제 와서 처음부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으니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한다고 나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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