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벌써 반이 지났다. ‘원샷법’의 조속한 제정을 기대하는 재계는 이미 지배구조와 사업구조 개편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등 상반기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원샷법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가 되면 재계 움직임이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원샷법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발적 사업재편을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특별법의 별칭이다. 정부에서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재계에서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기존 수익성 낮은 사업들을 정리해 재편하려 해도 규제와 해당 법들이 너무 많아 늘 불만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복잡한 절차나 규제를 하나의 특별법으로 묶어 좀 더 합리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각종 규제를 풀어주고 세제를 지원하는 등 각종 절차적 특례를 패키지로 한꺼번에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에 원샷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원샷법은 정부와 기업의 이해타산이 맞는 ‘친기업법안’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이란 명분 안에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키울 수 있는 여지를 담았기 때문이다. 

현재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로 변신하는 대기업들 대부분이 총수 일가 지배력이 커지는 모양새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주주나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나오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는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가 ‘알박기’ 몽니를 부리는 것이다. 
SK와 SK C&C의 경우는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등 주주가치 훼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수 일가가 자기 배를 불리는 이유는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수조 원대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주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상장 자회사는 20% 이상,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또 자회사는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영권 승계라는 중대한 ‘전환점’이 들어 있다. 정부와 재계가 이유 없이 원샷법을 들고 나올 리 없는 것이다.

산업사회가 환갑을 넘으면서 창업세대나 2세대가 고령화로 차세대로의 경영권 승계가 불가피한 때다. 게다가 세계 경제의 장기 저성장, 세월호와 메르스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 등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일로 있기 때문에 일종의 지원책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쯤에서 짚어 볼 문제가 있다. 

다름 아닌 경영권 승계를 앞둔 차세대들의 자세가 과거 선대의 기업가정신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사업보국’이란 절대명제를 기업하는 이유로 삼은 선대의 기업가정신이 2세, 3세를 거치면서 많이 희석됐다는 것이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난다. 
아무런 윤리의식 없이 빵집 사업 같은 걸로 골목 상권을 유린하던 3세들이 있었는가 하면 주식시장을 교란해 개미투자자를 울리는 파렴치범도 있다. 
또 종업원을 종 부리 듯 집안일을 시키거나 모욕적인 언사로 인격을 침해하는 ‘갑질’을 일삼는 차세대도 적지 않게 봐왔다. 
정재계가 합심해서 원샷법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편의를 주려고 하는 시점에서 이들의 행태는 분명이 고쳐져야 한다.
기업의 경영권 승계는 불가피한 일이다.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기업도 많지만 여전히 주요 대기업은 총수 일가가 기업을 지배하려고 한다. 

우리는 기업가정신이 없는 차세대들에게 쉽게 경영권이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新사업사회에 맞는 기업가정신 배양과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로 삼길 바란다. 기업가정신은 업(業)을 영위하는 본질이다. 기업가정신으로 중무장, 재무장한 차세대가 많아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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