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SK해운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어려운 상황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번 건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선제적 측면이 작용했다는 분석이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해운업의 현실과도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해운을 매각하기로 하고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한앤컴퍼니를 상대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앤컴퍼니는 회사 지분의 80~90%를 확보하게 된다.

 매각작업이 완료되면 SK그룹은 1982년 유공해운(현 SK해운)을 설립한 이후 36년 만에 해운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유공해운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호황을 거치며 꾸준히 성장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STX팬오션에 이어 국내 4위 해운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이어져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졌다. 올 상반기에도 197억여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SK그룹의 이번 매각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해운업계 불황이 이어지면서 업황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데다 유가 상승이나 운임 등 해운업을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국내 최대, 글로벌 7위였던 국적 원양선사 한진해운의 파산 여파로 흔들린 국내 해운업계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현대상선 독주 체제로 재편됐지만 한진 해운 파산 전 국적선사 적재능력은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내 1위인 현대상선의 세계 순위는 11위에 불과하다. 선복량 회복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해운업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지난 7월 본격 출범한 한국해양진흥공사다. 해양진흥공사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국내 선사들의 고충 해결을 통해 국내 해운업을 재건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업계 예상보다 설립이 늦어졌고 지원 방안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아 해운업계에서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양진흥공사는 먼저 현대상선이 지난 4월 발주한 초대형 친환경 컨테이너선 20척 건조 계약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상선의 선복량은 82만 TEU(1 TEU는 길이가 60m인 컨테이너 한 개를 의미) 수준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지원 시기와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의 지원이 대형 선사인 현대상선에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지적을 의식해 공사는 공사가 선박을 매입한 뒤 선사에 빌려주는 형태의 S&LB(세일앤드리스백) 등을 통해 중소선사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 7월 해양수산부는 S&LB 우선협상 대상 선사를 선정하고 이들의 10척 선박에 대한 금융지원을 착수한다고 밝혔다. 지원은 10개사, 10척, 총 740억원 규모다. 새로운 선박을 발주하는 중소선사를 위해 보증도 지원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해운업을 둘러싼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선 유가가 변수다. 이란 경제 제재 재개 등으로 유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에 쓰이는 연료인 벙커C유의 가격 역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해운업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동량은 늘었지만 낮은 운임 역시 고민거리다.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출범이 늦었던 해양진흥공사가 하루빨리 지원 계획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으로 선사들을 지원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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