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AP/뉴시스】 중국 시진핑 주석이 3일 중-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인민대회당에서 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3일(현지시간) 아프리카에 앞으로 3년간 600억 달러(68조원)의 추가 지원을 제시하면서 중국 기업들에게 3년 동안 100억 달러 이상 투자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아프리카 53개국 정부 지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언명하는 한편 아프리카인들이 혜택을 직접 향유할 수 있으며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국의 '육상해상 신실크로드인 일대일로'에 대해 서방이 제기하는 '채무 덫' 아프리카 외교 의혹을 부인하면서 3년 전 남아공에서 개최한 2번째 포럼 정상회의에서 내놓은 것과 동일한 600억 달러 지원을 다시 다짐했다. 

시 주석은 600억 달러 지원에는 150억 달러의 무상원조, 무이자 차관과 200억 달러의 신용 대출, 100억 달러의 중-아프리카 특별 개발기금 및 아프리카산 특별 수입 자금 5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 주석은 아프리카 국가 일부 경우 정부부채가 팽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상환 기한을 맞이하지만 갚기 어려운 무이자 차관에 대해서는 부채를 탕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세계 최대 발전도상국인 중국과 아프리카는 이해가 일치하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대중 통상압력을 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겨냥해 "흔들림 없이 다국간 무역체제를 지키고 보호주의와 일국주의에 반대하겠다"고 역설했다.

중국은 새로운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인프라 투자를 계속 확대하면서 자원의 주요 수입처이자 잠재적인 거대 시장인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정상회의에 앞서 있은 비즈니스 포럼에서 시 주석은 아프리카 지원 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에 보다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중국 당국 및 기업들에게 '허영의 프로젝트'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내실 있는 아프리카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전부터 아프리카에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이 대륙이 아직도 국가채무로 충당되는 인프라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중국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빌려준 자금은 1250억 달러에 달한다.

세 번째인 이번 협력포럼 정상회의에는 남아공, 이집트, 잠비아, 콩고 등의 대통령이 참석했으며 특히 자국민 대학살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수단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참석해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ICC 회원국이 아니지만 ICC 회원국은 체포장이 발부되면 정상이라도 자국 영토에 들어올 경우 이를 집행해야 한다.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2년 전 남아공에서 열린 아프리카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체포될 가능성이 있자 도중에 몰래 귀국한 바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내세워 인프라 확충과 경제원조를 무기로 아프리카 각국을 영향권에 두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새로운 지원책을 제시해 아프리카 각국과 결속을 다져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속셈이다.

정상회의는 중국이 올해 주관하는 외교 행사로는 최대 규모이다. 3일 개막식에서 시 주석의 기조연설에 이어 4일에는 중국과 아프리카 간 상호협력을 명기한 '베이징 선언'과 2019년 이래 3년간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보여주는 '행동계획'을 채택한다.

아울러 정상회의 공동의장인 시 국가주석과 남아프리카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이 함께 기자회견을 갖는다.

중국과 아프리카 각국 간 정상회의는 2006년 베이징, 2015년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 이어 3번째이다.

자원 확보와 유엔 등에서 영향력 확대를 겨냥해 중국이 아프리카 외교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데 서방측은 '신식민주의'라고 비판하며 경계하고 있다.

올해는 시 국가주석이 일대일로를 제창한지 5년을 맞았다. 하지만 말레이시아가 중국과 공동으로 추진한 고속철도 사업을, 마하티르 총리가 거액의 건설비와 부채를 문제 삼아 중단하는 등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터지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각국에서 일대일로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 구상 진행의 기폭제로 활용할 계획이 없지 않다.

포럼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는 중국과 수교를 맺은 53개국이다. 중국의 대만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민진당 정부를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는 외교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2016년 5월 민진당 정부가 출범한 이래 아프리카에서는 상투메 프린시페와 부르키나파소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

시 국가주석은 8월31일 부르키나파소 로슈 크리스티앙 카보레 대통령과 만나 대만과 단교한 "정치결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현재 아프리카에서는 남부 에스와티니(옛 스와질란드)만이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 전체가 중국과 경제협력을 맺기를 바란다"며 에스와티니에 수교를 재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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