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증가추세에 있었던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동안 평균으로 출산하는 자녀의 수)이 2013년에 다시 크게 감소하여 1.17명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합계출산율 1.17명은 지난 2002년에 우리나라가 초저출산 국가가 되었다고 했을 때와 같은 수준으로 지난 10여 년간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들여 추진했던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이 결과론적으로 보아 아무 효과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 국민들의 출산 의지를 꺾었을까.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시켰고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 계획을 시행해 왔다.

이 기본 계획의 주된 내용은 말 그대로 저출산 문제의 해소를 위한 중앙과 지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온갖 정책들을 망라한 것다. 2011년부터 제2차 기본계획이 실행 중에 있다. 이와 관련한 예산도 약 8조를 책정해 놓고 있다.

물론 정부 예산의 3~5%씩까지 출산지원 정책 예산으로 책정해 놓고 있는 서구 선진국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지만 우리 정부도 적지 않은 예산을 저출산 대응 정책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이 다시 크게 감소하였다는 사실은 정부의 저출산 관련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저출산 관련정책 원점에서 재고해야
마침 필자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인구경쟁력분과 위원이어서 지난달 우리나라 정부의 2014년 저출산 관련 정책의 기본 틀과 각 부처의 세부 정책들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필자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관련 정책의 특징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첫째 자녀를 가진 사람들이 둘째 자녀를 낳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보육환경 개선에 정부가 예산의 거의 70%를 투자할 정도로 ‘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저출산 관련 정책의 개수가 수백 개에 이를 정도로 이것저것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각 부처들이 저출산 대응 정책이라고 내어 놓은 것들이 특별히 저출산해소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있었던 사업들을 저출산 정책으로 끼워 맞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특징들을 보면서 필자는 과연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이런 정책들을 통해서 해소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나 기본계획을 폐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왜냐하면 위원회나 기본계획이 거의 지난 7년을 넘게 있어 왔는데 그야말로 유명무실하고 그 정책적 효과도 없기 때문이다.


관련 위원회나 기본계획 폐지가 나을 판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저출산 해소를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인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필자의 연구를 토대로 볼 때 우리나라의 낮은 합계출산율의 근본적인 원인은 초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데에 있다.

우리나라의 평균초혼연령은 1990년 이후 매년 증가하여 왔다. 2012년에 남자는 약 32세, 여자는 29세(수도권은 30세)까지 상승하였다.

남자도 문제이지만 여성의 초혼연령 상승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혼인이 지연되면 출산연령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서 보육환경과 상관없이 둘째 자녀 출산 자체를 기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여성들에게 혼인의 필요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앞으로도 초혼연령이 계속 상승한다면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해소될 여지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저출산 정책의 방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보육에 ‘올인’하고 백화점식으로 잡다한 정책들을 형식적으로 저출산 정책이라고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초혼연령 지연을 막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정부에서 혼인지원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물론 혼인과 관련된 조건들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특히 혼인은 일자리와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경제상황이 호전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이 변화하지 않더라도 혼인을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있을뿐만 아니라 매우 단순할 수 있다.

현재는 혼인 자체 특히 이른 혼인은 인생에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합리적인 판단이 되고 있다. 이를 혼인이 내 인생에 득이 된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책적 수단을 마련하여 바꾸어 주어야 한다.


늦기 전에 혼인지원 정책 마련해야
여기서 필자는 젊은이들의 주거정책에 주목한다. 현재 혼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들 중 하나가 바로 높은 주거비용이다.

특히 작년부터 급상승하고 있는 수도권 전월세 가격은 젊은이들의 혼인 의지를 그야말로 꺾어버릴 악재(惡材) 중의 악재이다. 이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정부는 전세금 대출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인생을 대출을 가지고 시작하게 만드는 정책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현재 필요한 것은 대출지원이 아니라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것이고 그것도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임대주택 환경을 조성하여 공급하는 것이다.

그래서 혼인을 하면 목돈의 부담 없는 임대아파트를 제공하고 자녀가 출산하면 임대 기간을 연장하고 다시 자녀가 또 출산하면 임대 기간의 연장과 함께 더 큰 임대아파트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아주 많은 젊은이들이 혼인을 인생의 득이라고 판단하게 될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교란시켜 지금도 어려운 부동산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저출산과 가구원 수가 급감하는 인구조건에서 부동산 시장은 어쩔 수 없이 붕괴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국민 모두가 공멸(共滅)의 길로 들어가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사회전체가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 판단은 바로 강력한 혼인지원 정책을 마련하여 젊은이들이 혼인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 사회의 출산 수준은 합계출산율을 통해 확인한다. 이 합계출산율은 여성들의 출산 연령과 실제 출산하는 아이의 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만일 출산 연령이 조금 늦춰지거나 출산하는 아이의 수가 줄어들면 합계출산율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출산 지연 혹은 출산 기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경제 상황의 변화에 주목하였는데, 이는 최근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연구한 많은 연구들이 1990년대 후반 진행된 경제위기가 혼인과 출산 연령층에게 높은 실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었고, 이 효과는 다시 혼인과 출산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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