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 사업은 부국강병 위한 첩경”
1조원 기금 확충 인재 양성 초석 다진다

‘관정(冠廷)이종환교육재단’의 설립자인 ‘구순(九旬)의 기부왕’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1월 서울대학교로부터 명예공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우리나라 산업화에 기여하고 사재 8000억원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후학을 양성한 공로를 기리기 위해서다.

이 명예회장은 “후손에게 황금 한 광주리보다 책 한권을 물려주라”는 조상의 가르침대로 세계 1등 인재를 육성하여 일류국가를 만들고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신념 하에 2000년 6월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을 설립하여 인재 육성에 헌신해 오고 있다.

재단 설립뿐만 아니라 2012년에는 “도서관 발전을 통해 학문 성장과 글로벌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싶다”며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일념으로 서울대학교 신축도서관 건립기금 600억원 전액을 출연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기부왕 이 명예회장은 기부의 규모뿐만 아니라 그 방식과 기준, 평소의 검소한 생활까지 두루 사회적 귀감이 되고도 남을 만하다.

서울대 역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온 점을 높이 평가하여 명예박사를 수여하게 되었다.

이 명예회장의 기부로 지난 2월5일 서울대 제2 중앙도서관인 ‘관정도서관’이 완공됐다.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1975년 이후 40년 만에 새 대형도서관이 세워진 것이다. 제1 중앙도서관과 합치면 국내 대학도서관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서울대 도서관 건립기금 600억 출연
평소 이 명예회장은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할 수 없어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련다”는 어록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고 있다. 신조는 ‘만수유(滿手有)했으니 공수거(空手去)하리라’라는 문구. 손에 가득 쥐어봤으니 갈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맞다는 철학이다.

이 명예회장은 현재 8000억원 규모인 재단 기금을 연말까지 1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3년 전부터 부산에 지하 4층, 지상 27층 규모의 복합 건물을 지어 재단에 기부함으로써 기금 증대에 활용하고 올해까지 남은 재산 일부를 추가로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2000년 기금 10억원으로 시작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이 명예회장이 세계 1등 인재를 육성하여 우리나라와 인류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설립한 교육 재단이다.

설립 2년 뒤인 2002년 기금을 3000억원으로 늘려 지금의 재단 기금 규모를 이뤘다. 개인이 세운 장학재단으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처음 장학 사업에 이 명예회장이 뛰어든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이다. 스위스를 여행하던 이 명예회장은 좁은 국토에 특별한 자원이 없는데도 세계 최고의 부를 일궈낸 스위스의 비결이 사람을 키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명예회장은 그때부터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을 하나 둘 지원하다 2000년 아예 장학재단을 만들게 된 것이다.

이 명예회장은 국내 최우수 인재들을 선발하여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특히 자연이공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당초 추진했던 1조원 기금이 조성되면 노벨상에 버금가는 ‘관정과학상’을 만들어 자연과학, 공학,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아시아 학자를 선발해 매년 시상할 예정이다.

관정재단은 우수 이공계 학생들을 선발해 국내 대학은 연간 1000만원, 해외 대학원 석·박사 과정은 연간 3만~5만5000달러씩 최고 10년간 지급한다.

지난해까지 5477명에게 총 1120억원의 장학금 혜택이 갔다. 이 장학금으로 해외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만 195명이다.

이 명예회장은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인재를 기르는 방법이 곧 부국강병을 이루는 길이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서는 나라 힘이 강해야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한 방법을 인재 육성이라고 한 평생 생각해 왔다.

‘자장면 회장’으로 불리고 해외여행 때도 평생 이코노미석을 이용한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도 재산의 95% 이상인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한 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재관(人材觀)과 국가관이다. “빌 게이츠 같은 인물이 2명만 나와도 대한민국이 먹고 살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 회장의 장학생 선발 제1기준은 ‘세계 1등 인재로의 가능성’이고 가정형편은 그 다음의 고려사항이다.

한편 관정재단은 장학 사업 외에도 마산고등학교 관정 영재관 건립비 지원,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 통일관 건립기금 지원, 경남 의령고등학교 교육기관 보조금 지원, 서울대학교 도서관 신축 공사비 지원 등 교육지원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자원 없으면 인재양성이 곧 국력
지난 2008년 이 명예회장은 장남인 이석준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자신의 손으로 그룹을 설립한 지 50여년 만이었다.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마산중학교를 졸업한 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며 일본의 메이지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경상학과 2학년을 수료한 뒤 학도병으로 끌려가 일본 관동군 소속으로 소·만 국경과 오키나와를 오가며 사선을 헤매다 8·15광복을 맞았다.

고향 의령에서 정미소를 잠깐 운영한 그는 논 200마지기가량 살 수 있는 돈을 모았으나 간 디스토마에 걸려 치료비로 재산을 거의 다 썼다. 

한국전쟁 뒤 서울로 올라와 1959년 삼영화학공업주식회사를 창업, 반세기 동안 경영 일선에서 활약하며 삼영화학그룹을 14개 계열사를 지닌 중견그룹으로 키워냈다.

1972년 전선을 만드는 사업에 뛰어 들었으나 각종 규제로 인해 5년 만에 접었다. 한국에서 섬유산업이 번창한 1970년대에 의류제품 포장 비닐 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이후 콘덴서 제조에 쓰이는 축전·절연 필름, 송전용 애자, 식품 포장 랩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삼영화학은 그 후 모든 전자제품의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축전용 최첨단 초박막 커패시터 필름의 개발에 성공했으며 모든 제품 포장재 OPP필름 생산에서 세계 3대 메이커로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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