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비 투입·기부 등으로 3년 만에 증가세
균형적 발전 위해 지원 편향성 해소 지적도

한국메세나협회가 발표한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현황 조사’ 결과 설문에 응한 기업은 전체의 56.7%인 442개사로 그 중 114개사(회원사 64개사, 비회원사 50개사)가 지난해 문화예술 분야 지원 실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업들이 문화예술 분야에 지원한 금액은 전년보다 9.4% 증가한 1753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총 653개 기업의 1832건의 사업에 지원한 금액으로써 기업(재단 포함) 자체 지원금 1664억7200만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 88억5100만원의 합산금액이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규모는 지난해 경기 회복세가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국메세나협회는 “경기불황에도 지원 금액이 늘어난 것은 기업 인프라를 활용한 운영비 투입이 증가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조건부 기부금 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통한 간접 지원이 전년 대비 약 31억원 증가했다.

지원 기업 수, 지원 건수도 전년 대비 각각 15.4%, 35%의 증가율을 보였고 특히 지원 기업의 수는 653개사로 나타나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참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442개 응답 사 중 문화예술 지원 실적이 있는 기업은 114개사였다. 이들은 지난해 1109건의 사업에 1664억72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당 평균 지원 금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한 14억6000만원이었으며 건당 평균 지원 금액은 26.1% 감소한 1억50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한국메세나협회 소속 64개 회원사들의 지원 실적은 1518억300만원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부금을 제외한 기업 지원액의 91.2%를 차지했다. 지원 건수도 943건으로 전체 1109건의 85%라는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한 회원사의 건당 평균 지원 금액은 비회원사의 약 1.8배, 기업 당 평균 지원 금액은 비회원사의 약 8.1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탁한 조건부기부금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총 563개사가 861건의 사업에 109억19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의 57억5800만원에 비해 89.6%의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최근 10년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연간 모금액 실적 가운데 최고 금액이다.


경기 불황에도 지원 활발

지원 총액의 증가에도 기업의 자체 인프라 투자보다 직접적인 예술후원 활동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실제 예술계의 체감치는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부문별로는 인프라 9 7 2억원(△13.5%), 서양음악 206억원(△36.8%), 문화예술교육 198억원(▼15.7%), 미술·전시 95억원(△17.5%), 국악 53억원(△108.3%), 뮤지컬 44억원(△23.3%), 연극 37억원(△81.9%) 등 전체적으로 2012년 지원 금액보다 증가세다.

인프라 분야는 972억4900만원 규모가 지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액이 증가한 이유로는 KT&G의 상상마당 춘천 개관 등 신규 인프라 지원과 기업이 운영하는 공연장과 전시장 등의 문화공간 기획운영비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뽑혔다.

서양음악은 206억5100만원이 지원됐다. 서양음악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2012년 열리지 못했던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 초청 공연 등이 다시 진행됐고 기업 주최 찾아가는 공연 등 자체 행사에 대한 운영비 증가가 한몫했다.

문화예술교육 분야는 198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5.7% 감소했다. 이는 대학생 및 소외아동을 위한 문화체험, 예술교육 사업 등 규모 있는 사업이 축소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술·전시 분야의 지원 규모는 95억2100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분야는 국내외 아티스트 연계 콜라보레이션 기획 사업, 아트페어 후원, 청년작가 지원 등에 대한 지원이 증가했다.


직접 예술 후원 예년과 비슷
장르별로는 기업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분야인 국악(△108.3%), 연극(△81.9%), 뮤지컬(△23.3%)에 대한 지원은 증가했다. 하지만 전통예술(▼38.3%), 문학(▼40.1%), 무용(▼26.4%), 영상·미디어(▼17.7%)에 대한 지원은 감소했다.

국악 분야는 전년도에 비해 108.3% 증가한 52억7100만원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아리랑페스티벌, 대한민국 대학국악제, 국악 연주자 창작활동 후원 등에 대한 지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연극 분야는 37억4800만원의 지원 규모를 보이며 전년도에 비해 81.9%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여기에는 창작자 집중 육성 프로그램, 연극제 후원 및 연극상 시상, 연극을 활용한 예술 체험 프로그램 등에 대한 기업의 지원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에 문학 분야는 40.1% 감소한 24억5900만원의 지원규모를 나타냈는데 격년으로 진행되는 규모 있는 문학상 시상 등의 행사가 집계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통예술 분야도 38.3% 감소한 26억4900만원의 지원 규모를 나타냈는데 전통예술 특기생 장학사업, 문화재를 활용한 문화사업 등에 대한 지원이 감소한 결과로 보인다.

장르별 지원 금액으로 볼 때 기업의 지원은 주로 서양음악(206억원), 미술·전시(95억원), 국악(52억원), 뮤지컬(44억원)에 편중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무용(17억원), 문학(24억원), 전통예술(26억원), 영상미디어(36억원), 연극(37억원) 분야에 대한 지원 규모는 낮았다.

문화예술계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 장르의 편향성을 해소하고 소외장르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메세나협회는 “기존의 문화예술 지원이 서양음악이나 미술·전시 등의 장르로 편중됐으나 점차 다양한 장르로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장기적으로 예술계의 균형 발전을 위해 장르 간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유형별 금액을 분석해 보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나 행사를 통해 예술을 지원한 규모가 1180억6600만원으로 74.4%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문화예술단체 공연, 전시 등의 후원·협찬 및 파트너십이 294억800만원(18.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을 비롯한 기관에 대한 조건부 기부금은 111억3700만원(7.1%)으로 각각 집계됐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방식으로는 응답기업의 65.1%가 직접적인 자금 지원을 하고 있었고 그 외에 직원들의 자원봉사 등 인력 지원 12.9%, 기술 지원 10.1%, 기업의 공연시설, 로비, 유휴 공간 등 자체 시설 무상 대여를 통한 장소 지원 9.5%, 현물 지원이 2.4%의 비중을 차지했다.

주로 자금 지원으로 이뤄지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방식이 비금전적인 지원의 형태로도 약 35%의 비중을 보이며 기업의 다양한 역량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였다.


소외장르에 관심 필요
산업군별 지원 금액을 살펴보면 재단이 714억3300만원으로 전체 지원액 가운데 40.7%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그 뒤를 이어 유통(16.1%), 서비스·기타(14.4%), 금융·보험(9.0%), 조선·중공업(7.2%), 자동차(3.2%), 정보통신(2.5%), 건설(2.4%), 전기·전자(2.2%) 등의 산업군 순으로 문화예술 지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이 포함된 유통업의 경우 전년 대비 약 11억1300만원의 지원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객관계관리(CRM) 차원에서 공연, 전시, 예술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홀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의 결과로 보인다.

2012년도와 비교해 보면 서비스·기타, 재단, 전기·전자, 건설 업종은 전체 지원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반면, 조선·중공업, 식음료, 공공, 금융·보험 등의 업종의 경우에는 지원 비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2012년도에 비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문화예술 지원 규모가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결과이다.

그러나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규모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대적인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다.

문화강국 프랑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금액은 9억7500만 유로(약 1조5000억원)로 우리나라 기업의 약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양국의 경제적 규모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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