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할 줄면서 민간 자본 영향력 급증
전체 연구자금 30%대 차지…규모 더 늘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년 4월, 두뇌 활동의 기능을 밝혀낼 대형 프로젝트인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의 출범을 발표하고 10년간 1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뒷북’이란 평이다. 이미 민간은 정부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 뇌 연구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미국 국력과 자부심의 원천이었던 과학 분야에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후원자였던 정부의 역할이 줄어드는 대신 억만장자들의 기부금을 토대로 한 ‘기부 과학’이 급성장 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에선 과학에 관심 있는 억만장자들의 통 큰 기부가 민간 과학연구의 주된 재원이 됐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긴축정책으로 정부의 과학 예산이 줄면서 민간 자본이 뒷받침하는 기부 과학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미국의 과학 예산은 2009년 400억 달러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엔 300억 달러로 축소됐다. 개인 기부자들은 미래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 직접 나서고 있고 이들 민간 연구소가 길러낸 과학자들이 현재 브레인 이니셔티브의 핵심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부 과학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다. 하지만 피오나 머레이 MI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부 과학은 전체 과학연구자금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부 과학은 돈을 대는 억만장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에 주로 투자된다.

오라클 창업자이자 CEO인 로렌스 엘리슨은 1990년대 초반 노벨 생물학상 수상자인 록펠러대학의 조슈아 레더버그 교수의 인공지능에 대한 강연을 듣고 감명받았다.

그는 레더버그 교수를 여러 차례 초청해 강연을 들으면서 분자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1997년 분자생물학을 후원하는 엘리슨의학재단을 설립했다.

지금까지 수 백 명의 생물학자가 이 재단의 후원을 받았고 3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됐다. 엘리슨은 지금까지 5억 달러를 과학에 기부했다.

구글 CEO인 에릭 슈미트의 부인 웬디는 2009년 중남미 카리브해에서 난생 처음 스쿠버다이빙을 했다가 아름다운 산호에 반했다. 이후 그는 남편과 함께 1억 달러를 투자해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 슈미트해양연구소를 설립했다.

헤지펀드인 르네상스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 회장은 딸이 앓고 있는 자폐증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데 3억7500만 달러를 기부하고 가족 유전자를 연구용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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