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주도 시너지 창출 집중
ITㆍ예술 등 산업 전 분야 걸쳐 폭넓게 진행

부친 정몽구 회장이 디자인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정의선 부회장은 이종 간 협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재계 라이벌인 삼성, LG 등 국내 대기업들은 물론 해외 유수의 기업, 박물관 등과도 손을 잡고 있다.

정 부회장은 위대한 예술 작품은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에 착안, 각종 문화ㆍ예술과 자동차의 협업을 통해 접점을 확대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차는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과 11년 장기 후원계약을 맺었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최대 특별 전시관인 터빈홀의 전시운영 기금을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현대차로부터 500만 파운드를 독점 지원 받게 된다.

현대미술의 성지로도 불리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의 터빈홀은 5층 높이의 초대형 전시실로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하는 특별 전시 프로젝트를 여는 것으로 명성이 높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는 이동수단을 넘어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연결시키는 기능을 한다”면서 “이는 사람들을 위대한 예술에 연결하는 것과 같은 것이며 이것이 테이트모던과 파트너십을 맺게 된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이트모던과의 협업을 통해 만나게 될 새로운 기회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ㆍ예술 사람을 감성적으로 연결시켜
정 부회장이 지난 2011년 ‘모던 프리미엄’ 철학을 내건 이후 현대차는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난 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에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되 럭셔리 메이커의 이미지 관리와 마케팅 전략을 비롯 그들의 장인정신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인 파텍필립과 피아제 등과 손을 잡았다.

또한 현대차는 앞으로 만들 럭셔리 라인 차량에 이들 명품 시계 브랜드와 협업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정 부회장의 깊은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듯이 시계 또한 단순히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오랜 전통의 시계 브랜드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가 있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고유의 가치가 빛나는 브랜드의 힘은 어디서 오는지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럭셔리 시계 브랜드에서 장인의 존재는 그 브랜드에 숨을 불어넣어 주는 주체이자 메신저와도 같다. 그런 장인정신을 어떻게 자동차에 접목시키고 스토리를 만들어갈지 고민해 보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부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현대차 임직원 20여 명은 직접 스위스로 날아가 그들의 장인정신을 생생하게 체득하고 왔다.

장인들의 손에서 짧게는 몇 달, 길게는 6~9년이라는 시간 동안 1000여 개 부품이 하나의 시계로 만들어지는 순간을 경험한 현대차 임직원들은 현대 과학이 하나의 예술품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힘도 대단했다. 파텍필립의 제품 포스터는 다정한 아빠ㆍ아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따뜻한 부자지간을 통해 파텍필립이 대를 이어 물려줄 만큼 소장 가치가 뛰어난 시계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시계 속 장인정신 자동차에 접목
지난 2008년 현대ㆍ기아차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차량용 IT와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키로 했다. 이 협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개발에 착수하고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세계 최초로 차량에 적용하게 됐다.

현대ㆍ기아차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제휴를 통해 차량IT혁신센터 육성 등에 5년간 총 1억66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차량IT혁신센터는 IT중소기업 연구 개발 지원을 통한 미래 차량IT 신기술 발굴을 목표로 설립됐으며 △차량용 통신 △텔레매틱스 △내비게이션 및 위치기반 서비스 △차량용 인터페이스 개발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2010년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현대ㆍ기아차에 적용했다.

2012년에는 재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처음으로 생산해 상용화시키기는 쾌거를 맛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앞선 2009년 삼성전자와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3년 간 협업을 통해 그랜저HG에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차량용 반도체가 국내 기술에 의해 만들어지기 전까지 현대차는 대부분을 독일 인피니온과 미국 프리스케일, 프랑스 STM, 일본 르네사스 등 해외에서 조달해왔다. 이에 반도체 구입액만 연간 2조원에 달했다.

두 기업 간 협업으로 현대차는 국내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안정적인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을 확보할 수 있었고 삼성전자는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해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과 협업 차량 반도체 국산화 실현
장애인들을 위한 현대차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음원 사이트 ‘소리바다’와 함께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를 10개 농아학교에 기증했다.

이는 고객들의 응원을 모아 농아학교 학생들에게 소리를 선물한다는 취지 아래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 사운드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이다.

이번 협업으로 10개 농아학교는 쏘나타 터처블 뮤직시트에 다양한 음원을 연결해 빔프로젝트, 컴퓨터 등 시청각 기자재를 갖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멀티미디어관에서 교육 자재로 활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와 소리바다는 음악과 관련된 기초 상식부터 음악 감상 및 악기 연주 등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소리 에듀’ 이용권도 제공해 농아학교 교사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음악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기아차는 레이를 앞세워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H&M과 협업으로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출시했다.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창의미술 교육프로그램인 ‘우리들의 눈’을 통해 만든 작품들을 활용해 제작한 총 14종의 남녀 의류로 구성됐다.

총 2000여 벌의 한정판으로 판매된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은 시각장애인의 창의미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사회공헌적 메시지를 담아 ‘오픈 유어 아이즈 by RAY+H&M’ 컬렉션으로 명명했다. 판매금액의 25%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에 기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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