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디자인 경영으로 품격 높이겠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업종 간 협업 주력

지난 2000년 9월 국내 최초의 자동차전문그룹으로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 은 지난 10여년 동안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장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1999년 세계 판매순위 10위였던 현대ㆍ기아차는 2000년대 들어 자동차 메이커로서는 가장 빠른 성장을 이어오며 세계 5위 수준까지 이르는 기염을 토했다.


세계 5위 브랜드 이끈 정몽구 리더십
품질경영으로 현대ㆍ기아차를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이끈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는 그룹 경영방침을 ‘품질을 통한 브랜드 혁신’으로 정하고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미래를 위해 이종 간, 계열사 간, 중소기업 등 협력사 간 협업 역량을 키워 창조경제 시대가 원하는 현대차그룹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2013년은 유럽재정 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국내외 시장 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정 회장은 올해 현대ㆍ기아차의 질적 성장을 위해 ‘디자인 메시지’를 전파했다.

지난 3월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자동차 주행 성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것만큼 현대ㆍ기아차의 디자인 DNA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며 “품격이 깃든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강조했다.

회사 안팎에서는 현대ㆍ기아차의 기술력이 국제적인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이제는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감성적 만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정 회장이 판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의 디자인 경영에 대한 생각은 이미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차는 2009년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와 협업을 통해 ‘제네시스 프라다’를 제작해 감성 경영에 돌입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모터쇼에서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을 통해 ‘에쿠스 by 에르메스’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와의 협업은 i40를 아트카로 변신시키기도 했다.

또한 기아차는 지난 5월 현대카드와 함께 새로운 콘셉트의 택시 ‘마이택시’를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회사와 금융회사 간 최초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마이택시는 ‘Small, Spacious, Smart’의 세 가지 콘셉트를 적용, 도시 교통에 어울리도록 작은 크기에 넓은 승객공간을 확보했으며 모든 서비스를 승객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자동차에 감성 더한 디자인 협업
한편 정 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현대차그룹이 다양한 협업의 모습을 통해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회의에서 현대차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등을 근절하고 앞장서서 경제민주화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광고ㆍ물류 분야에서 계열사 간 거래를 대폭 축소해 중소기업에 직발주하거나 경쟁 입찰로 전환하는 등 협업 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그룹 국내 광고 발주 예상금액의 65%인 1200억원, 물류 발주 예상 금액의 45%에 달하는 4800억원 등 대규모 물량을 중소기업 등에 개방했다.

당시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연 6000억원 가량의 새로운 사업기회가 중소기업 등에게 제공된다”며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광고와 국내 물류 분야에서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룹 물류 계열사에 수의계약으로 발주했던 계열사 공장 간 부품 운송, 공장 내 운송 및 운송장비 운용 등이 중소기업 직발주 및 경쟁 입찰로 바꿨다.


6000억대 광고ㆍ물류 中企에 개방
장차 현대차그룹을 이끌어갈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차세대 그룹 리더답게 다양한 형태의 협업에 대한 의견과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정 부회장은 “단순한 양적 성장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게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협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부회장 역시 아버지인 정 회장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을 통해 적자 늪에 빠져 있던 기아차를 살려 냈다. 세계 3대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K시리즈를 만들어 흑자를 일군 정 부회장의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

디자인으로 기아차를 부활시킨 정 부회장은 현대차에 새 브랜드 슬로건인 ‘새로운 사고, 새로운 가능성(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을 도입했다. 디자인에다 품질을 덧입혀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정 부회장은 이종 간 협업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2008년 현대ㆍ기아차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차량용 IT와 인포테인먼트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키로 했다. 이 협력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개발에 착수하고 현대ㆍ기아차는 이를 세계 최초로 차량에 적용하게 됐다.

현대ㆍ기아차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공동 개발뿐만 아니라 텔레매틱스 등 차량용 서비스 및 각종 인터넷 콘텐츠의 차량 내 활용을 위한 중장기적인 협업 프로그램 등에도 전략적 제휴를 맺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를 처음으로 상용화시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앞선 2009년 삼성전자와 ‘자동차-반도체 상생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맺고 3년 간 협업을 통해 그랜저HG에 차량용 반도체의 국산화를 이뤄냈다.

또한 지난해에는 스위스 파텍필립과 피아제 본사에 현대차 임직원 20여 명을 파견해 그들의 장인정신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왔다. 프리미엄 시계 브랜드의 장인정신과 그것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스토리텔링 스타일 등을 광범위하게 벤치마킹하기 위한 것.

이와 함께 정 부회장은 이들 명품 시계 브랜드와 현대차의 럭셔리 라인과의 협업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의 협업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현대차가 영국 런던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관 테이트모던과 11년 장기 후원 계약을 맺은 것.

현대차는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테이트모던 미술관 내 최대 특별 전시관인 터빈홀의 전시운영 기금을 독점 지원 받기로 하는 장기 후원계약을 체결했다. 후원할 금액은 500만파운드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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